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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본 확충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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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소극적 입장에 자금수혈 막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보험업계가 지급여력비율(RBC) 하락에 따라 자본확충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의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책임준비금 외에 별도의 순자산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위험에 노출될 경우 계약자에게 보험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의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카다이렉트, 우리아비바생명, KB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은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 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이들은 이익잉여금 적립과 함께 대주주의 자금을 수혈받는 증자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는 주로 중하위권 업체들이다.

하이카다이렉트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151.4%에서 올 3월 140.2%로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의 경영개선권고 수준인 100%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하이카다이렉트는 모기업인 현대해상에 증자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증자 얘기는 구체적으로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해상은 그러나 하이카 증자 요구와 관련해 그동안 투입된 자본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3월말 현재 155.2%를 나타내고 있는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부터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주주인 한화생명은 이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한화손보가 필요로 하는 자본확충규모는 약 3000억원. 회사 측은 한화생명과 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모기업 인사로 증자가 지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KB생명도 160%를 하회해 증자가 시급한 실정이지만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이 교체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증자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지주 계열 KDB생명도 홍기택 회장 취임 이후 증자가 관심 대상에서 멀어졌다. 지난해 말 증자가 예정돼 있었지만 매도가능증권 일부를 매각하면서 RBC비율이 199.7%까지 오르면서 한차례 미뤘다. 올 3월 182.2%로 다시 낮아져 재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지주사 측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4월에 채권평가이익이 오른 만큼 6월말 기준 RBC 비율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증자가 당장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아비바생명은 187.1%로 다소 여유가 있지만 향후 추가 하락에 대비해 1000억원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합작파트너인 영국 아비바그룹의 소극적인 태도다. 현재 아비바 측은 생명 지분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비바그룹과 지분 매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파트너가 증자를 승인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아비바가 보유한 우리아비바생명 지분을 매입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대주주인 IBK연금보험도 1000억원의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증자 여력이 충분하지만 정부가 은행의 대주주라는 점이 장애물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으로, 재원 마련에 총력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증자해야 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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