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차세대 LTE서비스를 위한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을 놓고 업계에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주파수 확보는 보다 나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간인 만큼 통신사업자들은 정부가 주파수 사용을 할당할 때마다 더 품질좋은 대역을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다.
이번 주파수 할당의 핵심은 1.8~2.1기가헤르츠(㎓) 대역이다. 그러나 3년 전인 2010년만 해도 통신사업자들이 선호하던 황금주파수는 800~900메가헤르츠(㎒)의 1㎓ 이하 저대역 주파수였다.
이유는 주파수의 특성 때문이다. 주파수는 전파가 1초의 시간 안에 진동하는 횟수를 말한다. 900㎒는 1초에 9억번 진동한다는 뜻이 된다. 주파수가 낮은 전파는 유연해 장애물을 넘어 멀리 퍼져나가는 성질이 있는 반면 높은 주파수는 직진하는 성질이 강해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되지만 대량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저주파수 대역인 800㎒ 이하는 라디오·TV방송 등에 쓰이고, 800㎒~3.0㎓(3000㎒)이 이동통신용으로 쓰인다. 우리나라 역시 개인용 이동통신용으로 가장 낮은 800㎒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이 주파수를 차지한 것은 선발 사업자였던 SK텔레콤이었고, 후발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1.6~1.8㎓ 대역을 중심으로 2G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 이동통신시장에서 ‘011(SK텔레콤)이 잘 터진다’는 통념이 생긴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시장이 날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기높은 ‘황금주파수’도 바뀌었다. 2010년 5월 있었던 저주파수 대역 할당에서는 KT가 900㎒, LG유플러스(당시 LG텔레콤)이 800㎒를 가져갔고 SK텔레콤이 2.1㎓를 가져갔다. 이때만 해도 900㎒는 해외시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어 이 대역에서 3G 통신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것으로 여겨졌다.
불과 1년 뒤인 2011년에 상황이 바뀌었다. LTE 네트워크로의 이행이 당면과제가 되면서 데이터통신에 유리한 1㎓ 이상 대역대를 차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1년 시행된 국내 최초 주파수 경매에서는 LG유플러스가 2.1㎓를 할당받았고 SK텔레콤과 KT가 1.8㎓ 대역(20㎒폭)을 차지하기 위해 혈전을 벌였다.
당시 경매가는 1조원 가까이 치솟았고 결국 SK텔레콤이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이 대역은 원래 KT가 2G용으로 사용하다 반납한 것으로 KT입장에서는 뼈아픈 부분이었다. 과거 관심밖이었던 1.8~2.1㎓가 새로운 ‘황금주파수’로 떠오른 결과였다.
최근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1.8㎓과 2.6㎓를 LTE 주력 대역으로 사용하면서 사실상 글로벌 표준이 됐다. 이제 새 황금주파수를 잡기 위한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폭증하는 6월 1.8~2.6㎓ 대역 주파수 할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블록별로 나눈 뒤 경매에 부치기로 하고 지난 2월 세 가지 방안을 내놓았으나 이통3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해결을 놓고 고심 중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8㎓ 대역 1블록(35㎒), 2.6GHz 대역 2블록(40㎒), 3블록(40㎒) 등 3개 블록을 경매하되 1블록 입찰에서 기존 1.8㎓ 대역 LTE를 제공중인 SK텔레콤과 KT의 입찰을 배제하고 LG유플러스만 참여하는 1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KT는 1블록(35㎒), 2블록(15㎒)과 2.6GHz 대역 3블록(40㎒), 4블록(40㎒) 등 4개 블록을 경매하는 3안을 지지하고 있다. 3안을 KT가 지지하는 이유는 2블록(15㎒)이 현재 KT의 1.8㎓ 주력 LTE 대역대와 인접해 있어 신속하게 주파수 광대역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3안에서 KT가 인접대역을 차지할 경우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곧바로 광대역화가 가능하기에 공정성에 어긋나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KT는 광대역화가 시급한 상황인 만큼 인접대역 주파수를 놀려두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고 현저한 비용격차가 난다는 것 역시 과장됐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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