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한발 빼고, 총리실 조사위 구성 미온적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4대강 사업에 대한 조사와 평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위원회의 구성에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오전 4대강 범대위 등 시민단체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전면 재검증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온이 올라가는 6월에는 4대강에 심각한 녹조 현상이 재연되고 물고기와 재첩 등의 떼죽음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평가를 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에서는 미지근한 태도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우리도 피감사기관"이라고 발을 빼고 있다. 환경부 윤성규 장관은 "4대강과 관련해 우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국무총리실에 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 환경부도 조사를 받겠다"고만 말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더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원칙론을 강조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4대강 평가의 관건은 과연 정부가 얘기하는 대로 조사위원회가 객관적,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될 것인지의 여부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박창재 환경연합 활동처장은 "중립적, 객관적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정부가 말하고 있지만 그동안 시민단체는 물론 전문가와 구체적으로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객관적, 중립적 조사위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어떻게 꾸릴 것인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4대강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위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동안 4대강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던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담당 과장들은 보직이동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감사원이 4대강 감사를 발표하자 4대강과 관련된 중앙부처 해당 담당자들은 변명과 왜곡으로 일관했다"며 "이들 담당자들을 보직 이동시키지 않는 한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관련 공무원들은 현재 일부는 자리를 떠났지만 일부는 주요 보직 등을 계속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토부 4대강추진본부장(장관급)으로 있었던 심명필 교수와 차윤정 환경부본부장은 조직이 해체되면서 떠났지만 환경부와 국토부의 담당 과장 일부는 아직 관련 보직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조사위원회뿐만 아니라 실무 작업을 하는 조사지원단 구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조사계획, 정보 제공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협의하고 토론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탈(脫) MB(이명박), 탈 4대강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상당히 머뭇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일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4대강과 관련된 100여명을 고발하고 3년6개월 동안 4대강 생태계를 집중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환경연합 박 처장은 "최근 환경부도 4대강에 대한 생태계 변화 자료를 내놓았는데 우리가 조사한 내용은 더 심각하다"며 "오는 6월초에는 강력한 녹조가 예상되면서 물고기 등의 떼죽음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수문개방은 물론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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