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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종사자 늘지만 열악한 처우는 제자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포스코 계열사 임원 사건으로 시끄러울 때 신고한 그 승무원이 부러웠어요. 그 사람은 당당하게 할 말은 했잖아요. 사람들은 잘 몰라요. 백화점에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백화점 사은행사장에서 근무하는 이주연씨(가명, 32ㆍ여)는 매일 아침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그녀는 '오늘은 항의하는 고객이 없기를', '고객과 백화점 직원에게 지적당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백화점 아웃소싱 업체 직원인 그녀는 7년째 사은행사장 뒤 작은 공간에서 이렇게 아침을 맞는다.


이씨는 25살이던 지난 2006년, 사은행사장 아르바이트로 백화점에 첫 발을 들였다. 사은행사장은 구매고객에게 사은품이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업무를 주로 하는 곳이다. 입사 초기 서툰 일솜씨 탓에 그녀가 맡은 증정대엔 긴 줄이 생기기 일쑤였다. '빨리 처리하라'는 고객과 백화점 직원의 목소리가 커지면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이 떨렸다. 종일 서 있어 뻑뻑해진 다리를 두드리며 앉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눈치가 보여 그럴 수도 없었다. 피곤한 탓에 응대를 짧게 하면 고객들로부터 곧장 화살이 날아들었다.

행여 고객이 CS(Customer Satisfaction)점수를 매기는 모니터 요원일까 두려워 억지로 입꼬리도 올린다. CS 점수가 낮게 나오면 사은행사장 동료와 백화점 직원의 눈총을 어떻게 견딜지 자신이 없다. 고객이 얼굴에 영수증을 던져도, 억지 요구로 소리를 질러도 웃어야 한다. 일터에서 그들의 '감정'은 중요치 않다.


매일 아침 받는 서비스 매뉴얼을 줄줄이 말할 때가 됐을 즈음 그녀는 대학을 졸업했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마땅히 갈 데가 없더라구요. 마침 사은행사장을 용역업체가 맡는 변화가 있었어요. 용역업체로부터 스카우트 돼 가면서 나름 기대를 했는데 제 착각이었죠" 퀴퀴한 휴게실도, 목소리 높이며 사은품을 달라는 고객들도, 백화점으로부터 받는 서비스 압박도 그대로였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오후가 되면 1장 나가야 하는 상품권이 2~3장 나가고, 증정대상이 아닌 고객에게 사은품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매일 그가 채워 넣어야 하는 금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난다. 일당의 절반 가까이를 토해낸 적도 있지만 그들의 '실수'를 책임져주는 곳은 없다. 백화점은 용역업체에, 용역회사는 다시 직원들에게 책임을 넘기면 그 뿐이다. 한 달에 받는 150만원 남짓 월급은 이렇게 또 줄어든다.


이들에게 '주말 휴무'는 그림의 떡이다. "얼마 전 주말에 출근하다 사고를 당했어요. 쉬고 싶었지만 말할 자신이 없었어요..." 백화점에서 7년을 일했지만 아픈 그의 몸을 신경써주는 직원은 없다. 백화점 직원들에게 그는 용역업체 직원 '아무개'일 뿐이다.


천장 한 구석에 달린 CCTV만이 그들의 24시간을 응시한다. 사무실 누군가가 화면을 통해 그들이 잘 웃고 있는지, 일을 빨리 처리하는지, 상품권을 잘 관리하는지 지켜본다. 얼마나 오래 서 있는지, 억지를 부리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휴식은 취하는지 보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938만명(2011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서비스산업의 아웃소싱이 가속화되면서 종사자 수도 급격히 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혜영 기자 itsm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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