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기부 동참 기대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 확산을 위해 야심차게 시작됐던 신한은행의 기부 컨설팅이 좀체로 고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활성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PWM)센터의 기부 컨설팅은 지난달 26일 이용기 유니버살 로지스틱스 그룹 회장이 1호 기부자로 나선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이후 후속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달 동안 기부를 약속한 고객이 단 한 명인 셈이다.
신한은행의 기부 컨설팅은 전국 17개 PWM센터와 8개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제공된다. 기부를 희망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부를 결정하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기부를 하고 싶어도 그 방법과 절차를 잘 몰랐던 고액자산가들을 자연스럽게 기부에 동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신한PWM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공동으로 투자상품과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합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로 지난 2011년 출범해 1년 만에 7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할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기부 컨설팅 성과가 미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가입과 연계한 것이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너소사이어티는 2007년 사회지도층의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약정할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기부 컨설팅 역시 1억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한다고 해서 자산 관리와 증식을 위해 PWM센터를 찾는 고객들이 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를 결정하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에서도 기부컨설팅 전담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각 프라이빗 뱅커(PB)들이 담당 고객에게 기부 컨설팅에 대해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고객 자산을 관리 하는 PB가 쉽사리 기부를 권유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은행권 최초로 자산가들의 나눔 문화를 만들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품 판매처럼 대규모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며 "지속적으로 기부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교육을 하고 있고 PB들도 기부컨설팅과 관련해 담당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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