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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수비축구 논란의 무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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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수비축구 논란의 무의미함 (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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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수년째 무의미하게 반복되고 있다. '상대가 수비에만 치중해 경기가 재미가 없다'란 이야기다. 강팀이 약팀에 덜미를 잡힐 때마다, 0-0 경기가 나올 때마다 새어나온다. K리그 클래식의 수비 축구 논란이다.

K리그에서 처음 '공격축구-수비축구 논란'을 끌어낸 건 2007년 세뇰 귀네슈 전 서울 감독이었다. 당시 그는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K리그는 수비 위주 축구를 하는 팀들 때문에 골이 많이 나지 않고 재미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은 "외국인 감독의 섣부른 이야기"라고 맞받아쳤다. 김학범 당시 성남 감독은 한 발을 더 나아갔다. "관중이 즐거운 축구엔 공감한다"면서도 "팀 컬러가 공격일변도여야 한단 얘기엔 공감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선수 자원이 부족한 팀이 공격만 하다 지는 걸 즐거워할 홈팬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이런 논쟁과 별개로 지난 수년간 K리그에선 공격축구는 지향점처럼, 수비축구는 악습처럼 여겨져왔다.


▲팬들이 원하는 건 공격일까, 승리일까

김학범 감독의 지적엔 좋은 표본이 있다. 2008시즌 대구FC다. 전력이 약한 팀이 공격축구를 천명하고 실천한 대표적 전례다. 당시 대구는 이근호-에닝요-장남석-하대성 등을 앞세워 뒤를 돌아보지 않는 공격축구를 펼쳤다. 화끈한 공격에 언론과 팬들은 환호했다. '마지막 로맨티스트'란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득점은 46골로 전체 3위였지만 무려 58실점했다. 14팀 가운데 유일하게 50골이 넘는 골을 내줬다. 결국 선수단은 리그 11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신명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장은 "유럽에서 축구팬들이 경기를 보며 제일 기쁠 때는 우리 팀이 골을 넣었을 때와 상대 선수가 퇴장당할 때란 통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팀 승리란 의미이며, 지는 경기는 매력이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2008시즌 대구의 평균 관중은 리그 3위인 1만3329명이었다. 겉보기 좋은 수치엔 함정이 있다. 개막전 2만9785명을 시작으로, 순위가 4위까지 치솟았던 4월엔 주말 평균 2만5000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가장 적은 날조차 1만5000여명이 관중석을 찾았다.


전력을 넘어서는 공격축구의 반복엔 곧 과부하가 찾아왔다. 선수단은 7월부터 줄곧 9위 아래에 머물렀다. 패배가 쌓이며 관중 수는 급감했다. 성남 일화와의 시즌 최종전 관중은 9131명이었다. 자연스레 평균 관중 숫자는 떨어졌다. 이듬해 대구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공격축구 기조는 여전했지만 주축 선수가 모두 빠져나간 탓에 허황된 이상에 불과했다. 홈 관중은 7392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 시즌 대구는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과 함께 창단 이래 최다인 16승을 거뒀다. 2008시즌보다 정확히 두 배 많다. 특히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던 전반기의 관중은 1만152명으로 전년 대비 56.7%의 증가율을 보였다. 팬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쳇바퀴' 수비축구 논란의 무의미함 요한 크루이프


▲공격축구를 안하는 팀은 안티풋볼?


김학범 감독은 2007년 '공격축구' 논쟁이 치열할 당시 "공격축구, 공격축구라고 하는데 도대체 공격축구의 정의가 무엇이며, 이론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공격축구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경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공격을 해서 골은 가능하면 많이 넣고 실점은 적게 해야 한다"라며 "이런 점에서 모든 경기는 공격축구"라고 정의했다.


수비축구를 비판하는 이들이 드는 예는 요한 크루이프의 '안티 풋볼'론이다. 크루이프는 리누스 미셸 감독과 함께 네덜란드 토털 사커를 완성시킨 인물. 한발 더 나아가 '뷰티풀 풋볼'을 강조했다. 그는 "결과에서 이겨도 아름답지 않다면 패배"라며 "아름답게 승리하자"란 철학을 갖고 있다.


'안티 풋볼'은 정확히 그 대척점에 있다. 내용보다 결과를 추구한다. 수비를 단단히 하는데 힘쓴 뒤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역습으로 승리를 따낸다. 이 때문에 크루이프는 주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에게조차 '더러운 안티풋볼'이라며 비난했다.


안티풋볼의 '안티'와 안티팬의 '안티'는 질적으로 다르다. 팬의 사전적 정의는 확실하다. '어떤 대상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안티팬이란 단어에서 안티의 방점은 정(正)/반(反)에 확실히 찍힌다. 반면 뷰티풀-안티 풋볼에서의 축구는 크루이프 본인의 축구일 뿐이다. 아름답게 축구하고 패한다면, 누군가에겐 그것이야말로 안티 풋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 관계자는 "솔직히 수비축구 논란만큼 무의미한 얘기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선 약팀도 강팀에게 공격적인 축구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그건 강팀이 약팀에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었을 때 얘기"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오히려 그 좋은 선수들로 상대 수비를 제대로 못 깨는 강팀을 비판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약팀은 약팀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세워 승점을 따내야 하고, 강팀은 그런 팀을 상대로 승리해 우승해야 한다"라며 "그러면서 K리그 전체도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비축구'를 변명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란 뜻이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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