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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어르신 보험가입 미로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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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어르신 보험가입 미로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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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며칠 전 어머니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설계사의 권유로 실손보험 상품을 가입하려고 하는데 보험료가 과연 적정한지 여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어머니는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워 보험 담당 기자인 아들에게 조언을 듣는 데 낫다고 판단을 한 것 같다.


하지만 통화는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보험과 관련해 이것저것 설명을 했지만 입원비만 보장하는 단독형태의 보험인지, 아니면 다른 보험에 특약 형태로 포함됐는지 확인하기가 불가능했다. 월 10만원을 웃도는 보험료를 통해 유추해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데, 보장 범위를 알 수 없으니 적정 여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해당 보험사를 통해 상황을 알아보는 것 역시 녹록치 않았다. 상품명을 알면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구체적인 보장내역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산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후 상황이야 어찌됐든 간에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꼴이 돼 버리고 말았다.

불과 수 분의 짧은 통화였지만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까지 갈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했다. 주변의 도움 없이 어르신이 스스로 보험을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은 경제활동이 왕성한 3040세대도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하물며 60대 이상의 어르신이 보장 내역을 제대로 알고 가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설계사와 당사자간 진행되는 계약내용을 옆에서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 가입에서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보험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 데는 보험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은 민원 줄이기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소위 '쉬운 보험' 사업이 포함돼 있다. 여전히 어려운 약관, 소비자 보다는 판매자 중심의 설명이 보험가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 보험 취약계층이 이해할 수 있어야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민원을 줄이는 효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올 초 한 생명보험사는 약관 내용을 단순화한 보장성보험 판매에 나서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쉬운 보험'에 목말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요즘 보험업계에서는 노년층을 겨냥한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60세 이후 가입은 물론, 11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금융당국도 개인연금 활성화대책은 물론이고 노후 의료비를 보장하는 '연금의료비저축' 신상품 개발을 독려하는 양상이다. 과거와 달리 노년층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로 진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르신을 위한 보험상품 출시가 보험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가 이 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가입을 막고 있는 장벽을 허무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존재로 만드는 게 발전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보험업의 발전과 신뢰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때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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