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위기 다음 차례는 슬로베니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초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발칸반도 북서부의 슬로베니아가 키프로스에 이어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유럽연합(EU)과 슬로베니아 정부가 구제금융이 필요없다고 주장하지만 슬로베니아는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듯하다고 최근 보도했다.

위기 다음 차례는 슬로베니아?
A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슬로베니아의 경제 및 금융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OECD는 9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가 심각한 국채 부담,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은행권 부실채권으로 장기 경기침체 및 자금 유치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슬로베니아 정부가 국채 만기 연장,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슈피겔은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 외곽에서 짓다 만 건물, 공사가 중단된 호텔 건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부채위기, 부동산 거품 붕괴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알렌카 브라투세크 슬로베니아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제기하는 구제금융 가능성에 대해 "억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슬로베니아 경제의 기초가 여전히 튼튼하다"며 "외부의 도움 없이 현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회(EC) 위원장도 "슬로베니아가 도전에 잘 응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슬로베니아 경제는 침체에 접어들었다. OECD는 올해 슬로베니아가 -2.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성 국채위기에 시달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오는 2025년쯤 슬로베니아의 국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가 슬로베니아 정부에 지출을 줄이고 경제를 개혁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슬로베니아의 가장 큰 문제는 금융이다. 은행 자산은 슬로베니아 GDP의 140% 수준으로 키프로스의 800%보다 부담이 적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은행권에 부실채권이 쌓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슬로베니아는 사회주의가 무너진 뒤에도 제대로 된 은행 민영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 결과 국영은행이 시중 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더욱이 이들 은행은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대출심사가 부실해져 부실채권이 증가한 것이다.


슬로베니아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는 70억유로(약 10조3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브라투세크 총리는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배드뱅크' 설립까지 추진 중이다. 슬로베니아 정부가 국영은행 매각에 10억유로를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경제상황의 악화로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서 슬로베니아 정부가 부채 만기 연장에 필요한 자금 20억유로를 마련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