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연구용 새둥지 차지한 하늘다람쥐
조류관찰용 인공 새둥지 25개 중 12개에서 흔적 발견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박새·곤줄박이 등이 봄, 가을을 지내고 떠난 둥지에 겨울에는 하늘 다람쥐가 그 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람쥐와 새들의 '셰어 하우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정광수)은 최근 멸종위기종 2급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하늘다람쥐가 덕유산국립공원에 설치한 조류관찰용 인공둥지에 보금자리를 틀고 생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공단은 2011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덕유산에 인공둥지 25개를 설치한 바 있다. 박새나 곤줄박이의 산란시기를 관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올해도 새들의 산란을 위해 연구원들이 인공둥지를 청소하던 중 12개에서 하늘다람쥐 흔적을 발견했다. 하늘다람쥐는 상수리나무와 잣나무가 섞여있는 곳이나 순수한 침엽수림, 잣나무 숲에서 주로 산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나무구멍이나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에 나무껍질, 풀잎, 나뭇가지 등을 모아 보금자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단은 이번에 하늘다람쥐가 발견된 인공둥지가 봄과 가을에는 박새, 곤줄박이 등 새들의 보금자리로 사용됐고 새들이 떠난 겨울에 하늘다람쥐가 추운 겨울을 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해 월동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늘다람쥐는 보통 한 마리가 여러 개의 둥지를 사용하는데 2마리가 육안으로 관찰된 점으로 볼 때 3~4마리가 12개 둥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하늘다람쥐는 몸길이 15~20㎝, 꼬리길이 9.5~14㎝의 자그마한 몸집에 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포유동물로서 성질이 매우 온순하다. 특유의 비막(飛膜, 새가 아니면서 날 수 있는 동물)을 이용해 행글라이더처럼 날아 나무사이를 이동하며 주로 저녁 해질 무렵부터 아침 일출 전까지 행동하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단은 하늘다람쥐가 들어가 살고 있는 둥지는 그대로 놔두고 새로운 조류관찰용 인공둥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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