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월드컵 본선 진출 0회, 지난해 한국전 1-4 대패, 2013 걸프컵 예선 탈락. 2022 월드컵 유치나 귀화 선수의 대량 수혈도 소용없었다. 카타르 축구의 어두운 과거다.
카타르는 올해 초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1월 중순 브라질 출신 감독을 내치고 자국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곧바로 개혁이 단행됐다. 귀화 선수 위주였던 스쿼드를 20대 초반 신예들로 물갈이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레바논·말레이시아·태국·이집트 등과의 A매치에서 4전 전승 7골 1실점으로 선전했다.
비교적 약체를 상대로 얻은 결과라 치부하기엔 공수 균형이 꽤 좋다. 여기에 약점이던 측면 공격력은 오히려 강점이 됐고, 조직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대개 이변을 일으키는 팀은 이런 특징을 띄곤 한다.
카타르와의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A조 5차전. 한국에겐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다. 더더욱 상대를 얕봐선 안 되는 이유다.
우루과이 출신 귀화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레퀴야)는 경계대상 1호다. 186㎝ 83㎏의 다부진 체격 덕분에 스크린 플레이와 공중볼 경합에 강점이 있다. 이따금 무회전킥으로 중거리 슈팅을 넣을 만큼 파괴력도 갖췄다.
'에이스' 칼판 이브라힘(알사드)은 사실상 프리롤(free role)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빈다. 카타르 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기희(알사일리아)도 "소리아와 칼판을 막는 것이 수비의 최우선 과제"라고 내다봤다.
신성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아브델카림 하산(알사드)이 대표적이다. 발군의 스피드로 공수 모두에서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크지 않은 키(177㎝)에도 곧잘 헤딩골을 터뜨릴 만큼 제공권도 좋다.
양쪽 풀백 칼리드 무프다(레퀴야)-하미드 이스마엘(알라얀)은 부지런히 측면을 오르내리며 공수 모두에 기여한다. 23세 중앙 수비수 이브라힘 마지드(알사드)는 주장을 맡을 만큼 리더십과 기량을 동시에 갖췄다.
주전 상당수가 알사드 혹은 레퀴야 소속인 까닭에 조직력도 단단한 편이다. 자국 출신 베테랑과 신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가운데 핵심 귀화 선수가 방점을 찍어 전력도 한층 강해졌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우리에 1-4로 패했던 카타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이 바뀌면서 조직력과 속도를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라며 "수비와 공격의 균형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라고 평했다.
카타르는 객관적 전력이 우세한 경기에서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소리아-칼판 투톱 활약에 날카로운 측면 돌파를 더해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반면 이집트전(3-1 승)에선 4-3-2-1 포메이션으로 우선 수비를 두텁게 쌓은 뒤, 상대 허점을 노리는 전술로 나섰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조심할 부분은 역시 세트피스와 역습이다. 제공권과 헤딩 능력을 갖춘 선수가 많은데다, 칼판·하산 알 하이도스(알사드) 등의 예리한 킥력이 더해져 위력적이다. 이집트전에선 두 골을 코너킥에서 뽑아냈다. 빠른 측면 자원을 이용한 역습에도 능하다. 특히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후반전에 허를 찌른 공격으로 골을 넣곤 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이 최근 약점을 보여 온 부분이다.
최강희 감독은 카타르에 대해 "강팀을 상대할 때 포백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 두 명까지 내려 앉아 밀집 수비를 펼친다"라고 지적한 뒤 "세트피스 능력도 좋고, 후반 막판 유세프 아흐메드(알사드) 등 발 빠른 조커 자원을 활용한 역습도 무시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 위주로 나선 팀을 상대로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하다면서도 골을 넣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라며 "빠른 시간 안에 선제골을 놓고, 승부처가 될 후반전에는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대한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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