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시, 긴급구조기관끼리 무전 연락하는 재난망 필요성 대두
행안부, 돈먹는 하마 '자가망' 고집…정계·학계·업계 비판 거세
전국에 깔아놓은 '상용망' 쓰면 예산 줄어 재난망 사업 탄력 받을 듯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대구지하철참사, 연평도 포격 같은 국가재난이 발생했을 때 쓰이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 경제성 논란에 휩싸였다.
재난망은 긴급구조기관인 소방방재청, 경찰, 군, 보건복지부, 지자체, 전기ㆍ가스공사 인력이 무전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이동통신망이 끊어져도 연락 할 수있고 일대 다수가 소통할 수 있어 하루빨리 만들어야 할 제도로 손꼽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재난망이 공론화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구축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을 얼마나 거둘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 사업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예산 절감이 관건이다.
문제의 중심에는 행정안전부가 '자가망'을 고집하는 데 있다. 자가망을 쓰려면 전국에 기지국을 설치해 새로 망을 깔고 관리까지 해야 하므로 천문학적 예산이 든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3월 재난망 사업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무산되기도 했다. 감사원이 사업추진 방식이 부당하고 경제성 확보도 어렵다며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업계는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무전기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쓸 수 있는 망을 이미 전국에 구축해 놓은 민간사업자들의 '상용망'을 활용하면 예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용망의 커버리지는 전국 60%에 달한 상태다. 자가망은 수도권 지역에서만 일부 쓰이고 있다. 그런데도 행안부는 상용망이 보안에 취약하다며 꼼짝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학계, 업계는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행안부가 상용망을 해안가나 지하에 일부 쓴다고 했지만 정작 어느정도 비율까지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정확하게 검토할 수 없다"며 "상용망을 효과적으로 써 중복 투자에 대한 우려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 KDI 관계자도 "경제성은 재난망 사업의 중요한 요소이므로 행안부가 상용방을 얼만큼 쓸 건지 행안부가 제대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안부가 주장하는 상용망의 보안 통화품질 우려도 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자가망을 깐다고 해서 그 망이 일반통화에 이용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고, 오히려 국가정보망이 새로 생기는 것은 오히려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은 민간 사업자의 LTE망까지 이용해 중복투자를 방지한다"고 지적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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