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늘린 종목은 수익률 떨어지고 줄인 종목은 뛰고
작년 총자산 391조 중 121조..외부 전문성 활용 수익 확대 취지 무색해져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지난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운용기금 중 위탁운용 비중을 늘린 자산일수록 수익률은 되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을 활용해 자산가치를 높이겠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국민연금이 작성한 '2012년 국민연금기금 운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 기금자산 391조9000억원 중 위탁운용 자산은 121조원(30.9%)으로 전년(95조4000억원)에 비해 25조5000억원 증가했다. 위탁운용은 국민연금이 외부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기금 일부를 자산운용업체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기금 규모가 급증하자 지난 2007년부터 위탁운용 비중을 꾸준히 늘렸는데, 당시 10%대이던 비중이 현재는 30%에 달한다. 올해 목표 비중은 35.4%다.
◆위탁운용 비중 늘수록 수익률은 되레 하락 = 문제는 위탁운용의 성과가 시원찮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자산 중 위탁운용 비중은 10.6%(24조8549억원)로 전년(8.7%, 19조5602억원)보다 1.9%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벤치마크 대비 국내채권 수익률은 -0.15%로 전년(-0.03%)보다 악화됐다.
다른 자산도 위탁운용 비중 증감률과 수익률이 반비례를 보였다. 해외채권은 위탁운용 비중이 전년대비 0.1%포인트 줄었는데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은 -1.12%에서 1.22%로 플러스 전환했다. 해외주식도 위탁운용 비중이 6.8%포인트 감소하고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은 -1.39%에서 0.61%로 상승했다.
대체투자의 경우 위탁운용 비중이 1.8%포인트 늘었는데, 수익률(일반기준)은 국내대체(8.74%->4.73%)와 해외대체(11.03%->5.25%) 모두 감소했다. 벤치마크는 자산별로 다른데 국내주식은 코스피, 국내채권은 국민연금채권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굳이 위탁수수료 등 추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위탁운용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일부 위원들도 "위탁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운용사 선발ㆍ관리에 더 신중해야" = 지난해 11월 위탁운용사였던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국민연금과 사전 상의 없이 갑작스레 한국시장 철수를 밝혔다. 시장에선 골드만삭스운용의 무책임성과 함께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발ㆍ관리에 좀 더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최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일부 위탁운용사에서 위법행위가 발견됐다. 일례로 도이치자산운용은 위법으로 분류되는 자전거래를 해 징계조치를 받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위탁운용 관리기준이 있어 일정 수준에 미달되면 자금 상환조치를 취한다"며 "국내주식의 경우 분기나 연마다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민연금 위탁운용은 매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목표비중을 정하고 있다. 특히 해외주식과 대체투자의 경우 대부분 위탁운용을 통해 투자된다. 이와 달리 해외 연기금은 위탁운용 비중이 국가별로 다르다. 노르웨이 'GPFG'는 4%만 위탁운용에 맡기지만 일본 'GPIF'는 69%를 위탁한다. 그밖에 캐나다 'CPPIB' 24%, 미국 'CalPERs' 40%, 싱가폴 'GIC' 13% 등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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