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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할 일'의 발견..방송대 '프라임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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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세대 위한 과정..단순한 창업과 재취업 아닌 비전 제시

은퇴 후 '할 일'의 발견..방송대 '프라임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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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이경자(46) 씨는 지난해 12월 일주일에 한 번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이하 방송대) 강의실을 찾았다. 방송대 프라임칼리지에서 진행되는 '목공 DIY교실'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영업직 업무를 맡고 있지만 시간을 쪼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은 총 30시간 과정으로, 한 번에 5시간씩 6주간 진행됐다.

수강료는 6만원으로, 동네 공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이었다. 이 씨는 "평소 목공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 수업에서 간단한 수준의 목공을 배우게 됐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8명 중에는 톱질도 못하는 초보도 있었지만 수업이 끝날 때에는 어느 정도 기초 실력은 모두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6번의 수업으로 나무를 절단하고, 다듬고, 광내고, 칠하는 기본 작업은 혼자서 할 수 있게 됐다.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은 모든 과정이 끝나고 건물 로비에 전시됐다. 일종의 졸업전시회인 셈이다. 이 씨가 만든 작품은 테이블이다. 이 씨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그걸 구현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 든든했다"고 말했다. 목조주택이나 전통가옥에 관심이 많은 이 씨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직접 집을 지어보는 게 꿈이다.

"'은퇴 후 계획'이라고 하면 단순히 재취업이나 창업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들을 하는 기회도 된다. 이런 수업을 통해서 직장인들도 회사생활이 아닌 다른 비전을 꿈꿀 수 있게 되니 좋았다. 다만 초급 과정 이외로 심화 과정도 개설해 학업의 연속성을 갖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들 수업이 끝날 때 너무 아쉬워했다."


은퇴 후 '할 일'의 발견..방송대 '프라임칼리지' 한국방송통신대 프라임칼리지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회사원 오천근(57)씨는 프라임칼리지의 열혈 학생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듣기 시작한 수업만 현재까지 4가지나 된다. '제2인생기의 설계'에서 두 강좌를 듣고, '귀농귀촌의 이해'도 추가로 수강했다. 현재는 '주택관리사' 준비과정을 듣고 있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밤에는 온라인 강의를 듣는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 씨가 이토록 '열공'하는 이유는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막연한 두려움만 갖고 있기 보다는 차근차근 노후를 대비하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특히 '제2인생기의 설계' 수업이 오 씨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오 씨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 동안 합숙훈련을 하면서 강의를 듣는 과정이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적어도 75세까지는 어떤 일이든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강사의 말이 마음에 들어서 뭔가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들었던 '귀농귀촌의 이해' 수업에서는 실제 사례를 곁들여 설명을 들으니 이해도 쉬웠다. 그는 "귀농자들이 어떤 심정으로 그 길을 선택했는지 듣고 배워서 나도 새롭게 의욕을 가지게 됐다. 지금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여러 길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이번 수업들을 통해서 은퇴 이후를 준비할 때 자신감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방송대를 찾는 4050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단과대학으로 개설된 '프라임칼리지' 과정을 듣기 위해서다. 프라임칼리지의 수업은 은퇴 후 제2의 인생준비에 나서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들에 특화돼 있다. 다른 대학이나 교육기관에서 접할 수 없는 과정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은퇴 후 '할 일'의 발견..방송대 '프라임칼리지'

'마을공동체기업의 이해와 실제', '베이비시터양성과정', '도시농업과정', '공인중개사자격시험준비과정' 등 실용적인 과정에서부터 '생애주기 및 생애학습의 이해', '제2인생기의 설계' 등 은퇴 후 인생에 대해 근본적인 설계부터 잡아주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목공, 사진, 문학, 문화탐방 등 여가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방송대 관계자는 "지난해 32개 과목으로 시작해 총 2463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특히 '귀농귀촌의 이해' 과목은 287명이 신청해 가장 높은 인기를 보였으며 주로 직장인, 주부 등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학점 인정 교과목은 고졸 이상만 수강할 수 있지만, 학점 미인정 교과목은 특별한 수강자격 조건이 없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교과부가 수강료의 일부를 최대 80%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가격대도 저렴하다.


프라임칼리지의 박석원 운영실장은 "다른 평생교육원 등에서 선보이는 과정은 자격증 과정 위주이지만 프라임칼리지에서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근본적인 것부터 시작한다.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가활동, 봉사활동 과정 등도 마련해 타깃을 세분화했다. 아직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아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분기 단위로 운영하면서 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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