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인가. 정부는 북한을 아직 핵무기 보유국으로 보기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감지된 인공지진 규모는 4.9다. 지진 규모로만 본다면 핵폭발력은는 1, 2차 핵실험때보다 강하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를 위한 최종단계인 소형화는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핵무기 보유국이 되려면 4단계를 모두 완성해야한다. 1단계는 핵물질획득과 기폭장치 개발이고, 2단계 핵무기 제조, 3단계 핵실험, 4단계 소형화를 통한 전력화다.
북한은 1단계인 핵물질 획득에 대해서는 걱정할 게 없다.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은 2600만t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고 순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앞으로 대량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2000대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한다면 연간 40kg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폭장치도 문제점이 아니라는 것이 군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은 핵물질을 일시에 압축해 핵폭발을 유도하는 내폭형 장치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 차례 이상의 고폭실험을 했고 실제 핵실험을 통해 위력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제조도 그동안의 시험을 통해 어느정도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6년 10월 9일과 2009년 5월 25일에 각각 진행된 1차와 2차 핵실험은 플루토늄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핵실험 당시 지진파는 3.6로 감지됐으며 2차 핵실험은 4.5로 감지됐다. 이번 지진파는 4.9 규모로 위력이 더 강해졌다.
하지만 수소폭탄 직전단계인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으로 판단하기에는 진도가 약하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은 6~7kt(킬로톤ㆍTNT폭약 1000t의 위력에 해당) 규모에 해당한다"며"당초 예상했던 수소폭탄의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군당국이 증폭핵분열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한이 증폭핵분열탄 실험에 성공할 경우 핵무기 중량을 1t 이하로 줄여 스커드ㆍ노동미사일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도도 지난 1974년 1차 핵실험에 이어 98년 2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무기를 소형화했다. 파키스탄도 80년대 중반에 핵물질을 뺀 핵폭발장치 폭발실험을 20여회 실시했다. 이를 기초로 98년 핵실험에서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
특히 북한은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으로 사거리 1만㎞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거의 확보했기 때문에 핵탄두의 소형화ㆍ경량화를 달성하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바짝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로는 사거리 300∼500㎞에 탄두중량 770∼1000㎏인 스커드와 사거리 1300㎞에 탄두중량 700㎏인 노동, 사거리 3천㎞ 이상에 탄두중량 650㎏인 무수단, 사거리 6700㎞ 이상에 탄두중량 650~1000㎏인 대포동 2호 등이 있다. 탄도미사일 탄두중량을 고려할 때 핵탄두의 중량을 650~1000㎏로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110㎏, 러시아 255㎏, 영국 350㎏, 중국 600㎏, 인도 500㎏ 등이다. 미국은 소형핵탄두를 장착한 크루즈미사일을 개발했고 인도를 제외한 나른 나라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소형핵탄두 미사일을 운용 중이다.
국내 한 북핵 전문가는 "ICBM에 탑재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북한도 어느 정도 소형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파키스탄이 500~11000㎏으로 소형화했다는 점에 비추어 (파키스탄과 커넥션이 있는) 북한도 1000㎏ 정도의 소형화는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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