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강남대로에 아직 흥정하는 풍경 간직

시계아이콘01분 4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맞서 명맥 잇는 강남 전통시장들
대형마트 상권 위협… “자본 앞세운 세력에 맞설 방법 없어”


강남대로에 아직 흥정하는 풍경 간직 ▲ 5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에 설 대목을 앞두고 활기가 가득하다. 지난해 12월 시장 입구에 들어선 농협축산물판매장의 철수를 주장하는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AD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 강남 대로변 한켠 골목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정겨운 소리가 들린다. 주부는 가격을 깎아주든 '덤'을 주든 하라며 가벼운 실랑이를 벌인다.


엄마를 따라온 딸 아이는 옥신각신하는 장면을 신기하듯 쳐다본다. 상인은 '남는 게 없다'면서도 대추 한 소쿠리를 얹어준다. '밀고 당기기'가 일단락되고,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모두 미소를 짓는다.

지난 1975년 개장해 강남 한복판을 지키고 있는 영동시장의 설맞이 광경이다. 1만3100㎡ 규모로, 골목형 전통시장으로는 강남구에서 유일한 곳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하나둘 밀고 들어왔지만 38년 째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을 앞둔 5일 오후 찾은 시장의 130개 점포 500여명 상인들의 하루는 여느 때보다 분주하다.


상인들이 말하는 영동시장만의 자랑은 '가격'과 '품질'과 '정(情)'이다. 이 세 가지가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숲을 이룬 강남 심장부에서 영동시장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다.


20~30년씩 같은 자리를 지키다 보니 어느덧 거래하는 대부분이 단골이고, 그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싸게, 하나라도 더 주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과일이나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은 백화점,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3분의2 수준이다. 14년 째 식료품을 판매한다는 한 상인은 "몇 년 씩 가게 찾아주는 분들에게 바가지 씌우려고 하겠나"라며 "정직하게 장사해야지 안 그러면 단골손님들 단박에 끊긴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놓는 상품은 상인들이 새벽시장에서 직접 손봐 당일 올라온 것들이다. 이곳 상인들이 새벽 3~4시경이면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제수용품인 사과, 배, 밤, 대추할 것 없이 빛깔이 좋고, 속이 알차 보인다. "포장은 그럴 듯하지만 진짜 '속'을 알 수 없는 대형마트 제품들과는 다르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강남의 적잖은 주부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현재 강남구에 위치한 전통시장은 영동시장을 포함해 총 8곳. 백화점과 대형마트(SSM 포함)가 각각 6곳과 37곳임을 감안하면 '다윗'과 '골리앗'이 대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보더라도 전통시장은 16곳인 반면 대형마트는 101곳이나 된다. 설 제수용품을 보러 왔다는 주부 최수경(41·서초구 잠원동) 씨는 "전통시장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가진 딱딱함이 없어서 좋다"며 "1500원 스티커가 붙은 상품을 1000원에 사는 건 시장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웃었다.


이런 풍경은 30년 전통의 역삼동 도곡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70여개 점포 200~300명 상인들의 터전인 이곳은 밤 10시가 넘어서도 불이 환하다. 6~7m 도로 양 쪽으로 길게 늘어선 좌판과 점포들에선 수시로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시선이 마주친다. 시장 뒤 쪽으로 10여년 전 들어섰다는 백화점이 보인다.


이곳에서 7년 째 분식집을 운영한다는 상인은 "지금이야 앞뒤로 백화점과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예전엔 아파트 자리까지 모두 시장이었다"며 "시장이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어 그나마 손님들 발길이 닿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주변 백화점과 대형마트들로 인해 매출은 분명 예전같지 못하다. 특히 영동시장은 최근 입구에 농협축산물판매장까지 들어서 어려움이 더해졌다. 주차공간을 마련할 부지가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상인들은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오고는 있지만 명절 대목을 제외하곤 예전 같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덜하다"고 털어놓는다. 영동시장에서 13년 째 건강원을 운영하는 권기원 상인회장은 "20년 전만 해도 사람들 어깨가 부딪쳐 다니질 못할 정도였다"며 "큰 덩치를 앞세워 밀고 들어오는 거대자본에 영세상인들이 대응한다는 건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