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계약 만료 앞두고 1월 해고 통보..한해 평균 1000여명 일자리 잃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해마다 1월이면 학교에서 해고 통보를 한다. 2월이면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이 기간을 잘 넘겨야 한다. 밥줄이라도 끊어지지 않게 하려면 인사평가를 하는 행정실장이나 교장 눈에 들어야 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급식조리사 A씨)
영양사, 조리사, 행정보조, 사서, 청소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마다 겨울이면 불안에 떤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통상 2월 말로 근로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대량해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바로 1~2월이다.
이선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직위원장은 "학교 측에서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 되는 2년 이상 근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고 계약 종료 한달 전인 1월에 해고 통보를 많이 한다"며 "충남과 경기도에서만 현재까지 300건 이상의 부당해고 사례가 적발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매년 1000명 이상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이 기간에 일자리를 잃는다는 설명이다.
특수교육보조교사인 이명숙씨의 사연은 더 기가 차다. 2007년부터 매년 이맘 때 해고를 당해 올해로 벌써 6번째 해고를 당했다. 이 씨는 "매년 12월이면 내년에 어떻게 될 지 불안하고 걱정이 많이 된다. 올 겨울은 별 말이 없어서 '안 잘리고 넘어가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매년 2월28일자로 계약이 끝나다 보니 경력을 쌓을 수도 없다. 이 씨는 "복지 혜택을 못 받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책상이나 컴퓨터도 주지 않아 학생들 책상을 끌어다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엄동설한에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뒷문에서 연좌농성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일째인 25일에는 30여명의 노동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대량해고 방지와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는 다음달 2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진행된다. 조형수 전회련본부 서울 조직국장은 "오후에는 유은혜, 장하나 등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함께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미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교육청 앞에서는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25일간 천막농성이 이어졌다. 충남에서는 대량 계약해지에 맞서 노조지부장이 현재까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무기계약으로 고용안정을 이루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이 오히려 2년이 되기 전 계약해지를 부추기고 있다"며 "학생 수 감소, 학교통폐합으로 인한 해고, 무기계약 회피를 위해 남발되는 계약해지에 대해서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 유초중고에 근무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 해 기준으로 15만명이 넘는다. 이중 상시·지속적 근무인원은 74%인 11만여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지난해 정부와 시도교육청과의 단체교섭이 결렬되자 작년 11월 전국적으로 총파업을 벌였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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