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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公務' 삐걱소리 커진 세종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9초

대통령 내려가 첫 국무회의 주재했지만 비효율 여전
출퇴근에만 5시간.. 민원 업무보려면 하루종일 걸려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하루 5시간을 출퇴근에 투자하다보니 생활리듬이 완전히 깨졌다. 지난 한 달이 1년처럼 느껴진다."(농수산식품부 과장)


"고위 간부들이 일주일 최소 두 차례는 회의 등으로 서울에 머문다. 정책 결정 속도가 너무 늦어져 일만 쌓이고 있다."(국토해양부 주무관)

"간단한 민원업무를 보는 데도 하루를 다 써야할 판이다. 국민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서울 방배동 거주 김모씨)


세종시의 딜레마가 현재진행형이다.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부처가 과천에서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한지 한 달.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됐으나 현 정부 들어 폐기처분 대상으로 몰렸다가 재추진된 세종시는 초기 신도시로서의 불편함과 함께 중앙정부의 업무상 비효율 논란 등이 교차하는 중이다.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청사에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정부이전을 반대했으나 결국 국무총리실 등 5개 부처의 청사이전이 완료된 후 가진 회의여서 의미가 적잖다. 하지만 대통령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신설에 반대했었고, 실제 세종청사를 백지화하려다 국회에서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세종시와 서울 청사를 오가야 하는 공무원들의 고단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풀어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공무원들의 피로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집을 옮겨가기 힘들어 출퇴근을 선택했던 이들 중 상당수가 장시간의 출퇴근으로 인한 정신적ㆍ체력적 소모를 이기지 못하고 인근에 원룸을 얻으려 하고 있다. 고위 간부들이 정권 교체기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청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과천 시대'에는 느끼지 못한 업무 비효율이 커진 탓도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세종청사 중앙주차장. 출퇴근용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늘어져 있던 줄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 각지로 나르는 버스를 먼저 타기위한 '퇴근 전쟁'이 벌어졌던 보름 전 풍경과는 딴판이었다.


버스를 탄 농수산식품부 모 과장은 "얼마 전까지 통근버스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넘쳐 신분증을 검사해 공무원을 우선 탑승시켰다"며 "하지만 출퇴근으로 인한 부담을 견디지 못해 주변에서 거주할 공간을 마련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져 지금은 버스 출발시간에 와도 자리에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통근버스가 서울 사당역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40분. 다시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집까지 가는데 1시간여를 더 잡아야 한다. 출근시간까지 감안하면 5시간 이상을 이동하는데 할애해야 하는 셈이다.


세종시와 인근지역에서 방을 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자 버스 주차장에는 원룸을 알선하기 위한 몇몇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홍보 전단을 돌리는 등 호객행위도 벌어졌다. 보증금 200만~300만원에 월세 30만원 조건이라는 말에 가던 길을 멈추는 공무원들이 심심찮게 눈에 들어왔다.


기업과 국민들의 불편함 역시 크게 높아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무부처를 오가야 하는 기업체들은 '세종 대관팀' 구성 작업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원업무를 위해 세종시에 내려가기 위해서는 거의 하루가 소요된다. 특히 오송역에서 청사까지 오가는 BRT는 오전 11시부터 4시간 동안 운행을 하지 않는 데다 배차시간도 날씨에 따라 왔다갔다하며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종시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했다는 것도 하나의 형식적인 이벤트일 뿐 의미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세종청사의 업무효율을 위해 국회이전을 적극 검토하는 등 대안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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