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게임악법 발의에서 비롯된 게임사 대표의 '지스타 보이콧' 선언을 둘러싸고 게임 업계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규제가 게임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위중한 만큼 업체들이 단결해야 한다는 동조적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이다. 지스타 보이콧 뿐 아니라 위헌 소송, 여론전 등 강경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본지가 지난해 지스타 참가업체 10곳을 대상으로 올해 지스타 참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묻자 하나같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지스타 불참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치겠다"고 답했다.
이는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악법 법안 저지를 위해 올해 지스타 보이콧을 선언하며 산업계의 단결을 요청한데 대해 따른 것이다. 앞서 남궁 대표는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 지역구 의원이 게임 셧다운제 적용 시간 확대와 게임 중독 부담금 징수 강제를 골자로 한 법안 제출에 참여한데 참담함을 느낀다"며 지스타 불참을 선언했다. 부산시는 지스타 유치로 연간 1000억원의 경제유발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산되며 지스타를 향후 4년간 더 개최하기로 게임산업협회와 합의한 바 있다.
응답에 나선 주요 업체들은 당장 보이콧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그 배경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향후 집단 대응 가능성을 열어놨다. A사 관계자는 "항의의 의미나 실효성 면에서 위헌소송이나 법안반대 신문광고, 시위, 서명운동 등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가 공동으로 위헌 소송에 나서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론전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게임사들의 이해관계보다 게임에 대한 시각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사 관계자는 "그들(정치권)은 문제의 원인을 모른다"면서 "게임 과몰입(중독)을 게임 자체의 문제로 치부하는 한 업계가 부담금으로 수천억원을 쏟아부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토로했다. C사 관계자도 "게임 과몰입은 강제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정부가 주장하는 청소년 보호 강화에는 공감하지만 해결 방법에는 전문성이 상당이 결여돼 있다"고 일침을 놨다.
남궁 대표의 보이콧 선언이 나온지 나흘이 지나도록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후발주자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이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게임업계는 등급분류제ㆍ셧다운제 도입 등으로 이어지는 규제 정국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책임을 회피하며 눈총을 받기도 했다"며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고 억울함만 토로할 게 아니라 업계 전체적으로 규제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세력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