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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人災...구미 불산이어 4개월만에 상주 염산 누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지난해 9월 경북 구미 불산누출사고에 이어 또 다시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허술한 안전관리가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지며 위험물질 관리의 허점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업체의 안전불감증과 당국의 부실대응이 연달아 사고를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발생한 경북 지역에는 공단이 밀집해있지만 기본적인 실태파악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오전 8시 10분경 경북 상주시 청리면 마공리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에서 탱크 안에 보관중이던 염산 200여톤이 외부로 누출됐다. 다행히 공장 가동이 지난 9월부터 중단된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누출된 염산이 물과 반응해 기체 형태인 염화수소로 변하면서 연기같은 기체가 사방에 피어올랐다는 전언이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서 드러났던 대응 미숙도 그대로 재연됐다. 업체에서는 염산 누출을 파악하고도 3시간 가까이 누출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약 3시간 후 주민이 면사무소와 소방서에 신고를 하면서 초동대응이 이뤄졌다. 상주시에서는 그제서야 주민들에게 외출금지 주의방송을 내보냈다.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은 "지역 내 공단이 많은 만큼 대처가 철저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안이했다"며 "서울 등 대도시 인근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이런 식으로 똑같이 대응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유해물질 취급 공장이 위험성 때문에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 지역으로 계속 이동하며 관리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있다는 얘기다.


해당 지역의 유해물질 관리 공장 실태 파악도 허점투성이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지역 주민들은 "인근에 유해물질을 다루는 공장이 있는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불산 누출 사고 이후 경북도에서는 사고대비물질 취급 사업장 점검 지시를 내렸다. 사고 공장인 웅진실리콘 상주공장 역시 점검대상이었으나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상주시는 태양광발전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해당 공장이 불황으로 문을 닫았으며 사업장도 폐쇄해 사고 징후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상주시 안전점검에서도 지적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정 국장은 "공장이 가동을 못 하면 유해물질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그대로 보관하고 있어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업체 측에서는 추위로 인한 동파를 사고 원인으로 밝히고 있다. 공장에서는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도 동파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식성을 지닌 염산을 오래 보관하고 있어 관로 등이 약해지며 누출사고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언젠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 사고인 셈이다. 해당 공장은 염산 이외에도 불산과 황산, 질산 등의 화학약품을 60톤가량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환경청과 지자체 등 당국의 사고대응도 주먹구구식이었다. 사고 위험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즉각 주민대피령을 내리고 안전 확인에 나서야 하지만 이번에는 바깥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일부 주민은 안내방송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오염도 검사 결과 염화수소 불검출로 판명된 것은 신고 후 4시간이 지난 12일 오후 3시 50분경이었다. 구미 불산사고 당시에도 사건 발생 후 4시간여가 지나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동시에 발령됐어야 할 사고단계 심각경보는 그보다 1시간 10분 늦게 발령돼 부실대응 논란을 빚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염산 누출 경위 등을 두고 본격적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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