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얼굴'을 그리는 국내 유명 블루칩 작가 5인의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전시 제목은 '얼굴을 넘어'(Beyond the face). 이번 전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아 오며 '얼굴'이라는 근본적인 화두에 꾸준히 천착해온 강강훈, 권경엽, 김지희, 박미진, 하정우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새로 개관한 비원갤러리에서 열린다.
얼굴은 개인과 타자의 첫 번째 관계가 인식되는 지점이며, 타자와 자아의 소유 경계에서 소통이 비로소 발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강강훈은 이미 국내외 유수 아트페어와 옥션에서 솔드아웃을 기록하고 있는 작가다. 지난해 아트홍콩을 통해 아시아 컬렉터들에게 이름이 알려졌다. 모던한 현대인의 오늘을 모공과 솜털까지 묘사하는 극사실로 표현하는 게 이 작가의 특징이다. 전시에 소개될 'Modern Boy- sweet today'(모던보이-달콤한 하루)라는 제목의 작품은 연극화된 설정과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화면을 담았다. 특히 화면에 등장한 주인공은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이를 드러낸 채 환하게 웃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머리 위에 면도용 크림으로 아이스크림을 짜놓은 모양을 만들었다. 사진을 찍고 그 표정을 붓질로 다시 화면에 옮겼다.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백(白)의 화면 속에 붕대를 감고 있는 소녀. 어딘가 앳되고 상처가 어린듯한 얼굴이다. 이 작품을 그린 권경엽 작가 역시 해외 유수의 전시에 참여해 왔으며, 최근에는 한 해외 아티스트가 권경엽의 작품을 표절한 사건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그의 작품 안엔 상처와 치유의 주술적인 의미가 공존한다.
양머리 소녀, 미샤와의 대대적인 콜라보레이션 라인으로 더 알려진 화가 김지희는 전통재료를 사용한 팝아트적인 화면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마이애미 아트아시아 페어에서 현지 컬렉터들에게 상당수가 소장되며 좋은 반응을 얻는 등 베이징, 뉴욕, 퀼른 등 꾸준한 국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지희는 가면으로 통해 현대인의 모순된 상황을 표현했다. 억압된 속에서 피어나는 인물의 미소는 화사한 외피에도 불구하고 아련함과 상처, 고독을 드러낸다.
박미진은 전통적인 한국화 ‘중채’의 투명한 화법을 통해 여성의 얼굴을 화폭 전면에 클로즈업한 것으로 주목받은 작가다. 맑은 색감이 주는 특유의 감성과 어우러진 인물은 작품 제목인 '환영'처럼 이상적인 얼굴의 모습에 몽환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영화배우 하정우는 최근 키아프, 홍콩 호텔아트페어 등의 전시에 참여하며 화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하정우 작품의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그를 둘러 싼 주변 인물들이다. 하정우는 무대 위의 피에로처럼 내부와는 다른 가면을 쓰고 극에 몰입해야 하는 이중의 상황을 이국적이고 위트 있는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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