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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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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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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에게 선물할 노란 장갑 한켤레를 산 하림은 서둘러 다시 동묘 앞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동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노느니 염불이라고 동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왁자지껄한 대문 밖과는 달리 안은 의외로 조용하였다.
검은 벽돌이 깔린 뜰을 지나니 측백나무 두 그루가 양켠을 지키고 서있는, 덩치만 컸지 모양은 별로 없는 중국풍의 높은 기와 건물이 서있었다. 그 기와 건물은 삼국지로 유명한 중국의 장수 관운장을 모셔놓은 사당이다. 동묘는 원래 이름이 동관왕묘(東關王廟)로 서울 동쪽에 있는 관왕묘, 즉 관우 사당이라는 뜻이었다. 뜬금없이 조선 서울 복판에 뭔 놈의 관운장이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또 그런 사연이 있었다. 말하자면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다고 들어온 명나라가 전쟁이 끝나고나서 돌아갈 때 쯤 참전 기념으로, 또 그들의 은혜를 영영세세 기억하라고 그들 민족사의 영웅이요, 의리의 화신인 관우를 기리는 사당을 서울 동서남북에 짓도록 요청하여 지어올린 것 중의 하나였다. 말하자면 인천 평화공원에 높이 서있는 맥아더의 동상과 의미가 흡사했다.


동묘를 한바퀴 돌고난 다음 밖으로 나왔다. 그때까지도 동철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맨날 그런 식이었다. 군대 있을 때도 굼벵이라는 별명답게 늘상 늦게 집합하는 바람에 다른 친구들까지 덩달아 얼차려를 먹게 하곤 했다.
하림은 주머니에서 조금 전에 산 장갑을 꺼내보았다.
‘괜한 짓을 했나?’
아무래도 후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겨우 오천원짜리 털장갑이라니.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아까 보니 골동품상에 오래된 귀걸이 같은 것도 있었는데... 얼핏 보기엔 은제 세공도 괜찮았던 것 같기도 했는데.... 얼마나 할까? 얼마나는 차치하고라도 그런 걸 혜경이 좋아하기는 할까.
하긴 혜경은 몸에 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왕에 마음먹고 하는 선물인데 겨우 흔해빠진 오천원짜리 털장갑이라니. 차라리 아니함만 못한 것은 아닐까? 그래도 명색이 <은하 헤어살롱> 사장님인데....근데 헤어살롱이 다 뭔가. 손톱만한 시장통 입구 동네 미장원 가지구서...
픽,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곧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혜경을 생각하면 늘 잘 해주지 못하는 게 가시가 박히듯 가슴 한쪽이 오랜 감기처럼 아프게 저려오는 것이었다. 그저께도 혜경의 헤어살롱 뒷방에서 같이 잠을 잤다. 혜경이 딸 은하는 다니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다른 데 알아볼 동안 잠시 자기 외할머니 댁에 가고 없었다.
헤어살롱 뒷방은 예전엔 혜경이 도와주던 아가씨가 임시로 살고 있었는데 아가씨가 나가고 나자 그냥 혜경이 일하다가 쉬는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그나마 좁은데다 소파랑 전기밥통이랑 작은 탁자 등이 들어와 더욱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그 좁은 틈에 전기 담뇨를 깔고 혜경이랑 가끔 잠을 자고 나왔다. 별로 신통치 않게 일을 치르고 누워 있으면 미장원 옆 골목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다 들리곤 했다.
그러면 마음이 까닭없이 슬퍼져서 마치 먼 나라로 떠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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