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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내일 당선자가 궁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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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내일 당선자가 궁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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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동물이 겨울을 대비해 먹이를 쌓아두는 것은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본능적 준비일 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해하는 존재다. '내일 교통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모레 갑자기 지진이 나면?', '글피에 지구 종말이 오면?' 등등.


'미래에 좋은 일만 일어날 거야'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으나 그보다는 무엇인가 불행이 올지 몰라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전전긍긍하던 기(杞)나라 사람의 걱정이 이해가 된다. 종종 우리도 그러하니까.

특히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상이 평안했던 과거에는 최소한 1~2년의 앞 날 정도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한 달 앞도 예상이 안 된다. 할리우드 영화시리즈 가운데 '스파이더맨'이 있다. 대작 영화답게 100만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예고편을 만들었다. 예고편 중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 스파이더맨이 뉴욕의 쌍둥이 건물에 쳐 놓은 거대한 거미줄에 적의 헬기가 포획되는 모습은 절로 박수가 나온다. 드디어 TV에 예고편이 방영되기로 한 날 아침, 방영은 물거품이 됐다. 왜? 그날이 바로 2001년 9월11일이었던 것. 어느 누가 그 거대한 쌍둥이 건물이 무너질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세상 일 한 치 앞도 모르는 법이다.


그래서 요즘 경영학에서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의 전략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어떤 특정한 미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춰 계획을 짜는 형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12월에 수립한 사업계획을 1월에 가서 다시 고쳐야 하곤 한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은 다른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어느 하나의 미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상황을 모두 그려 보고, 그에 따른 별개의 대책들을 세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1번 시나리오가 틀렸을 때 바로 2번 시나리오 대책을, 그것도 아니면 다시 3번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누구나 원유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1970년대, 유일하게 '만약 원유공급이 중단된다면?'이라는 시나리오를 세워 이에 대비했던 셸(shell)사. 그런데, 중동 산유국가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만들고 원유공급을 통제한 석유파동이 현실로 벌어지자 셸은 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 미리 세운 시나리오대로 평상시 석유를 충분히 비축해 놓고, 중동 이외 지역의 시추 비율을 높여 두었던 것. 중위그룹에 머물던 셸이 석유파동을 거치며 업계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데에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결정적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내일이 궁금할 것이다. 앞으로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될까. 선거 기간 동안 수많은 의견과 논란이 있었다.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으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지하는 후보가 된다 해서 모든 것이 예상한 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일이라는 것이 이념과 소신, 지지자와의 약속 대로 갈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성공, 취임 전에 결정된다'라는 어느 책에서 얘기하듯 당선 후에도 변수가 무수히 많다. 이제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도 시나리오 플래닝을 해 보자. A 후보가 된다면, B 후보가 된다면 …. 누가 되더라도 우리 마음의 준비만 돼 있다면 미래를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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