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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은행, 근저당권설정비 반환의무 없다"(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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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자에게 근저당권설정비 부담 선택권을 준 개별약정…신의성실원칙 벗어나지 않아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시중은행들이 고객들에게 거액의 근저당권설정비를 배상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그러나 앞서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유사한 집단소송에 대해 법원이 고객의 손을 들어주는 등 아직 항소심도 남아있어 근저당권설정비 반환을 두고 시중은행들과 고객들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고영구 부장판사)는 6일 베스텍엔지니어링 외 269명이 근저당권설정비를 반환하라며 국민은행에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또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이우재 부장판사)는 농협은행 외 41명, 중소기업은행 외 3개 은행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에서도 시중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서 두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대출자와 은행이 맺은 약정이 개별약정이었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민사37부 재판부는 이 사건 약관조항이 조항 자체에 의해 인지세와 근저당권설정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사33부 재판부 역시 같은 이유를 들었다. 대출자 중에는 근저당권설정비용을 은행이 부담하고 가산금리를 적용 받은 사례도 있었지만 가산금리 역시 은행과 별도의 대출금리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도 강조됐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민사33부 재판부는 "대출자들의 개별적인 약정도 모두 이 사건의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에 해당하기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출자들이 약관을 토대로 대출 계약을 맺을 때 선택한 약관내용과 사용경위, 표준약관의 개정경과 및 취지, 은행과 고객의 진정한 의사 등을 고려하면 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근저당권 설정비는 금융사들이 오랫동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출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부담시켜온 대표적인 금융 수수료의 하나였다"며 "법원이 아직도 형식적 법 논리만을 가지고 판결한 것으로 금융소비자들의 기대를 무너뜨린 판결 결과"라고 자평했다.


한편, 인천지법 부평지청에서 판결한 근저당권설정비 관련 판결은 대출자들이 승소해 앞으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지난 9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근저당권설정비와 이자 등 7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이모씨가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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