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생 패기가 관록을 눌렀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젊은 패기가 노련미를 이긴 것일까. 올해 새롭게 취임한 뒤 첫 번째 성적표를 받아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4인의 희비에 눈길이 쏠린다. 1960년대생 2인이 이끄는 곳은 예상 외의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1950년대생이 수장인 곳은 업황 부진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O 취임 후 첫 번째 경영 성과를 받아든 이는 김기범(1956년생) KDB대우증권 사장, 임창섭(1954년생) 하나대투증권 사장, 변재상(1963년생)·조웅기(1964년생) 미래에셋증권 대표, 이승국(1960년생) 동양증권 사장 등 4명이다. 임 사장과 변 대표는 지난 6월에, 김 사장과 이 사장은 7월에 각각 신임 CEO로 취임했다.
올해는 10대 증권사 중 8곳의 CEO가 바뀌는 등 수장 교체가 활발한 해였다. 특히 1950년대생과 1960년대생의 비율이 엇비슷하게 구성돼 젊은 피와 노련미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이번 4인의 성적표는 그 압축판인 셈이다.
동양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전체 증권사 평균 순익이 반토막 난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순익이 증가해 눈길을 끈다.
동양증권은 상반기(4∼9월) 순익이 1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8% 증가했고, 미래에셋증권은 679억원으로 5.5% 늘어났다. 양 사는 모두 채권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동양증권은 올 들어 사내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가 대거 타사로 이직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상반기 1218억원 채권운용수익을 기록, 전년에 이어 1200억원대를 유지했다. '리테일 채권의 강자'라는 별칭이 무색치 않은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채권수익이 1851억원으로 지난해(1318억원)보다 40.4% 급증했다.
반면 관록의 베테랑이 이끄는 대우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순익이 줄었다. 대우증권은 순익 62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2% 줄었다. 순익은 감소했지만 전체 평균(45.6% 감소)에 비교하면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특히 채권수익은 3891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선두 자리를 이어갔다. 다만 대우증권은 해외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연결기준으로는 상반기 순익 760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26.4% 급증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웅진 법정관리'라는 예상 외의 타격을 입은 경우다. 웅진홀딩스 채권 손실 252억원이 발생했고, 이를 이번 3분기에 전액 손실 처리했다. 그 결과 하나대투증권은 상반기 순익 53억원을 기록, 전년(430억원)에 비해 87.5% 급감했다. 임 사장은 지난 10월말 인사발령이 난지 5일 밖에 안 된 배기주 하나은행 리스크관리 본부장을 하나대투증권 리스크관리 본부장으로 전격 선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한편 지난달 이후 채권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며 증권사 채권수익에도 빨간 불이 커졌다. 신규 CEO로선 채권 외 먹을거리를 발굴하지 못하면 하반기 호실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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