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임철영 기자, 이창환 기자] "학력이 뭐가 문제인가. 자기 분야에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대기업 사장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졸 출신의 경쟁자들을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뛰어 넘으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다른 열정으로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고졸 사장들의 노력은 학력 중시 풍조가 뿌리깊은 우리나라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28일 발표된 LG전자 인사에서 54년 회사 역사상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에 오른 조성진 HA사업본부장은 35년 넘게 세탁기 사업에 매진해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등으로 이끄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상무 2년차인 지난 2006년 부사장으로 깜짝 승진한 경험이 있다.
조 사장은 부사장이 된 이후 몇 차례 인터뷰를 통해 "세탁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것은 학력이 아니라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낼 수 있는 생각과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사 이후 선진국에 뒤진 세탁기 기술 개발을 위해 공장에 숙소를 마련하고 숱한 밤을 지샜다. 당시 앞서있던 일본의 세탁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수백회에 걸쳐 일본도 다녀왔다.
결국 세탁조에 직접 연결된 모터로 작동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시스템(1998년)과 듀얼 분사 스팀 드럼세탁기(2005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LG전자의 세탁기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놨다.
장인수 오비 사장과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도 고졸 출신으로 대기업 사장 자리에 오른 대표적 인물이다.
장 사장은 상고를 졸업하고 주류회사에 입사해 33년간 한 우물만 판 국내 주류산업의 산증인이다. 1980년 4000여명이 지원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80명과 함께 진로에 입사해 주류 영업현장을 발로 뛰며 성공신화를 썼다.
참이슬 출시 당시 한기선 사장(현 두산중공업 운영총괄사장)과 호흡을 맞춰 참이슬의 성공을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고졸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상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지만 지금도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한다.
생산직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술잔을 부딪치는 등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 잦은 술자리지만 술을 마다하는 법이 없을 정도다. 이는 따라준 사람의 마음을 버리는 것 같아 받은 술은 절대 버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술자리는 절대 피하지 않는 것도 30년 이상 지켜온 장 사장의 신념이다.
수입차 업계의 신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의 성공철학은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만 온다'로 요약할 수 있다. 어린시절 가난때문에 어렵게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고졸출신으로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히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BMW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임원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미래를 대비했기 때문이다. 그가 BMW코리아의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17년 동안 쌓은 경영성과는 놀랍다.
일년에 수십대 판매되는데 그쳤던 수입차 브랜드를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하는 업계 1위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소비자들의 원하는 니즈를 발빠르게 반영해 시장의 변화에 대비한 결과다.
최병렬 이마트 사장과 한라그룹 계열사인 목포신항만운영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흥만 부사장 등도 고졸 출신 대표적인 CEO로 꼽힌다.
이광호 기자 kwang@
임철영 기자 cylim@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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