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 '백사마을' 재개발이 본격화된다. 저층주거지를 보전ㆍ관리하면서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전면철거식 개발을 지양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철학이 반영됐다. 개발 콘셉트는 '원형보존'이다. 기존 지형과 골목길 등을 유지하면서 자연지형에 따라 형성된 저층주거지를 리모델링과 신축을 통해 보존ㆍ관리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중계본동 백사마을 주거지보전사업'에 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수립에 나섰다. 필지관리ㆍ보행구역 및 교통시설 배치계획 등을 포함한 토지이용계획을 내년 5월까지 완료키로 했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건축 실시설계에 나설 예정이다. 기초적인 개발 계획은 지난 5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정비안과 큰 차이가 없다. 저소득층 원주민과 세입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 아파트를 늘렸다.
당초 계획은 전체 사업부지(18만8900㎡) 가운데 일부(4만2773㎡)를 '주거지 보전구역'으로 지정하고 기존 354개동의 주택은 리모델링을 실시토록 했다. 이는 현지 세입자 740여가구가 거주하는 임대주택으로 활용되며 나머지 부지에는 신규주택이 공급된다.
조합원들이 추진하는 신축아파트(9만6587㎡)는 총 1720가구다. 지상 7~20층(평균 15층)에 소형평형 위주로 건설된다. 노원구와 재개발추진위가 학교 부지였던 5665㎡의 땅을 포함시켜 가구 수를 당초 계획안(1461가구)보다 259가구 늘렸다. 이를 통해 일반분 470가구 정도가 확보됐다. 앞서 사업 대상지는 1종 일반주거지역(단독주택 주거지)에서 2종 일반주거(평균 18층 주거지)로 상향 조정됐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주거규모ㆍ공유공간계획은 물론 기반시설ㆍ조경계획 연구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유네스코 역사마을 보전원칙'에 따른 것으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통일감에 맞춰 디자인된다. 불암산과 연결된 마을지형과 1960~1970년대 형성된 골목, 필지 모양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소규모 마을박물관과 문화전시관 건립 그리고 공동텃밭 조성 등에 대한 계획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개발방식으로는 원거주민의 주거권 위협은 물론 재정착이 불가능했다"며 "용역이 끝나는대로 설계안을 만들고 사업승인을 받은 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970~1980년대 형성된 노후 취락지 재생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노원구 백사마을 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과 양천구 갈산지역도 보존ㆍ관리식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구룡마을의 경우 현지 거주민의 100% 재정착을 위한 방안이 마련됐으며 지난 1월 화재로 인해 발생한 이주민을 위한 주거대책도 준비됐다. 공사 중에는 임시 거주주택을 통해 현 커뮤니티를 유지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공사계획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밖에 강남구 개포동 달터마을ㆍ수정마을에 대해서도 개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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