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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 끝에 붙은 '건강한 노화'의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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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발견' 노벨의학상 수상자 블랙번 교수와의 대화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누구는 큰 병을 얻고 누구는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또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편안히 떠나는 사람도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알고 싶지만 인간의 능력 밖 일처럼 느껴진다.


이 영역에 도전한 과학자는 1984년 하나의 힌트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에게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주어졌다. 엘리자베스 블랙번 UCSF 생화학 교수(사진)를 2일 서울 가톨릭의대 성의교정에서 만났다.

"대부분 사람은 암ㆍ당뇨ㆍ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다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질병에 노출되지 않는 노화를 위해 '텔로미어 관리'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텔로미어(telomere)는 세포의 염색체 끝에 있는 단백질이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점점 짧아진다. 마지막 끝마디까지 잘려나가면 세포는 죽는다. '노화'의 과정이다. 그런데 암세포는 죽지 않고 계속 분열한다. 텔로미아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활성화 되면서 텔로미어가 재생되기 때문이다. 즉 암과 노화는 반대 개념이다.

염색체 끝에 붙은 '건강한 노화'의 단서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생화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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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번 교수의 이 발견은 이후 연구를 통해 '더 짧은 텔로미어는 더 많은 질병'임이 통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텔로미어 길이가 스트레스나 운동과 관련 있다는 것도 이런 발견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텔로미아제를 억제하거나 활성화 시키면 어떻게 될까. 암세포는 정상세포처럼 노화해 죽을 것이고 반대로 정상세포는 '불사조'가 될 것이다. 몇몇 제약사는 이런 가설을 기반으로 텔로미아제 타깃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텔로미아제를 억제하는) 물질을 세포에 정확히 전달하는 방법이 밝혀진다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과하게 혹은 너무 적게 적용하는 등 문제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론적 근거는 있지만 장기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제약사의 연구 중 일부는 실패했으며 진행 중인 것들도 대부분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텔로미어를 길게 한다고 사람을 영원히 살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암이나 심혈관, 정신질환 같이 '노화'와 관련 있는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길은 될 수 있겠죠."


그의 발견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난치병을 해결하는 드라마틱한 약이 될 수도, 심장질환을 예측하는 지표로서 '혈관 속 압력(혈압)'처럼 여러 진단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세포가 사람, 자연, 생명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원리의 일부를 발견했다는 데 과학자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암세포에 적용하는 것은 인류 건강증진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저의 발견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갈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블랙번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을 알리기 위한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노벨미디어(Nobel Media)의 '노벨 메디신 이니셔티브(Nobel Medicine Initiative)' 주선으로 내한해 1∼2일 강연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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