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메모리 '가격 전쟁'서 삼성전자 승리, 낸드플래시 가격 40% 급등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애플이 삼성전자의 플래시메모리를 다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애플 공급 업체들과 벌이던 치킨게임에서도 승자로 자리잡은 것이다.
최근 한달반 동안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41% 급등한 이유는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삼성전자가 애플을 비롯한 주요 업체들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출시하는 13인치 맥북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제품을 미국 IT기기 정보사이트 아이픽스잇(iFixit)이 분해해본 결과 삼성전자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탑재되고 아이폰5를 비롯한 제품에도 삼성전자 플래시메모리가 다시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특허소송중인 애플은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한편, 공급자와 수요자로서 '가격 전쟁'을 벌여왔다.
특허 전쟁만큼이나 치열한 이 전쟁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의 가격 인하 압력에 원가 이하로는 팔 수 없다는 입장을 내 놓으며 공급을 거절했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대신할 플래시메모리 업체들을 구했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아이폰5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속적인 단가 인하 압력에 도시바, SK하이닉스 등의 불만도 고조되기 시작했다.
결국 애플은 물량 부족을 견디다 못해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가격에 맞춰 플래시메모리를 다시 공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서며 전쟁은 일단락됐다. 플래시메모리 가격도 한달 반만에 40%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6월 3달러 선까지 하락한 뒤 현재 5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치킨게임서도 승리한 것이다. 비단 삼성전자만의 승리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 역시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며 수혜를 누리게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 3달러선까지 하락했던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최근 5달러를 넘어섰다"면서 "삼성전자가 애플과 치킨게임을 벌여 승리한 이후 전체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반도체 업계 전체로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애플은 뉴아이패드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대신 샤프의 산화물반도체(IGZO) 방식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고 있다. 이를 위해 샤프에 1000억엔 규모의 투자까지 단행했다.
뉴아이패드는 초고해상도를 갖고 있는데 기존 LCD 공정에서는 만들기 어렵다.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만드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방식과 샤프의 산화물반도체(IGZO) 방식이 경합하고 있는 상황이다.
LTPS는 고해상도 LCD에 사용된다. 구동전압도 낮아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제격이다. 제조공정에 레이저 기술 등이 들어가 제조단가가 높은 것은 단점이다.
IGZO 방식 디스플레이는 기존 생산 공정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LTPS 방식보다는 수율과 품질면에서 다소 부족하지만 생산방식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샤프는 뉴아이패드 출시 초기에 애플의 납품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공급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 결과 최근 애플이 출시하고 있는 제품은 대부분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이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 '넥서스10'에 뉴아이패드보다 해상도가 더 높은 패널을 사용하고 나섰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결국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별화된 기술력 배양에 나서며 애플이 어쩔수 없이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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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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