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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견제위한 구색 갖췄지만, 현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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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현황 공개

총수일가 이사등재 9.2% 불과
삼성 등 8곳 총수 등재 없어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5000건 중 13건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도 3차례에 그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삼성그룹에는 총 78개의 계열사와 354명의 등기이사가 있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가족과 친족 중 등기이사로 등재된 사람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1명이 유일하다. 이럴 경우 총수집단이 경영권을 행사했더라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 힘들어진다.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자의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견제하기 위한 외형적 구실을 갖췄지만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비중이 낮아 실질적인 견제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의 독단적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사외이사들의 견제활동도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총수 일가 이사등재 회피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46개 대기업집단의 전체 등기이사 5844명 중 총수일가는 535명으로 전체의 9.2%에 그쳤다.

지난해 8.5%보다는 0.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신규로 분석대상에 포함된 대기업의 이사등재비율이 기존 집단보다 높은데 따른 것이다. 기존 집단만 놓고 보면 이사등재비율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0.3%포인트 감소했다.


삼성과 현대중공업, 두산, LS, 신세계, 대림, 미래에셋, 태광 등 8곳은 총수가 등기이사를 단 한 곳도 맡지 않았다. 특히 삼성은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중이 0.28%로 43개 대기업 중 가장 낮았다. 삼성에 이어 미래에셋이 78명의 등기이사 가운데 총수일가가 1명(1.28%)으로 두 번째로 등기이사 비중이 낮았다. LG(1.48%), 동부(1.91%)도 2%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면 부영그룹은 55명의 등기이사 중 총수일가가 17명으로 총수일가의 등기이사 비중이 30.91%로 가장 높았다. 10대 그룹에서는 한진이 16.43%로 가장 높았고 이어 GS(16%), 롯데(12.92%), 두산(11.57%)이 평균치 9.15%를 크게 웃돌았다.


공정위는 "전반적으로 총수의 이사등재비율이 낮다"며 "총수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을 경우, 경영손실에 대해 주주가 손해배상 책임을 물 수 없게 되고 총수는 사익을 위해 경영권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비중 늘면 뭐하나···부결 안건 비중은 0.63%
총수일가의 독단적인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외이사들의 활동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총수있는 대기업의 사외이사 수는 702명으로 전체의 48.3%를 차지했다.


사외이사란 회사에 상근하지 않고 이사회의 의사결정에만 관여하는 이사를 말하며 1998년 이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가 지목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기업 내 실질 영향력 행사는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1년간 대기업 283개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 안건 5692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13건(0.23%)에 불과했다. 거액 연봉만 받고 사실상 견제장치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거래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내부견제장치들의 도입수준은 지난해 보다 개선됐으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를 심사하고 승인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전체 238개 상장사 중 32개사가 설치했다. 전년보다 9개사가 늘었지만 비중은 13.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 283개 상장사 중 93%에 달하는 222개사에서 이사회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분석됐다.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장치는 여전히 '미흡'
대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장치 도입은 여전히 저조했다.


소액주주가 이사 선출 시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14개사로 지난해보다 4곳 늘어났다. 그러나 실제로 행사된 경우는 없었다.


서면투표제는 오히려 1개사가 감소했고 전자투표제는 지난해에 이어 단 한곳도 도입하지 않았다. 이에 최근 1년간 소수 주주권은 단 3차례만 행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김성삼 기업집단과장은 "사외이사 비중,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증가 등 총수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 수준은 높아졌다"면서도 "이들이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적절히 제어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회사에서 이사회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이 같은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자율개선 압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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