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신뢰 회복위해 허리 숙였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양도성예금 금리 담합 의혹과 각종 횡령 사건 등으로 신뢰가 추락한 금융지주사들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과 서민금융지원 대책을 일제히 내놨다.
금융지주사들이 이번에 내놓은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융 소비자의 권익 강화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통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우선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에 각각 금융소비자보호부와 금융소비자보험센터를 신설키로 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임원급을 책임자로 두고, 소비자 권익 강화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예컨대 하나은행은 HR그룹장을, 외환은행은 영업지원본부장을 각각 책임자로 지정, 독립적인 소비자 권익보호 업무 수행이 가능토록 했다.
소비자 권익 전담조직은 소비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민원 예방 및 처리와 제도 개선 등 소비자 보호 관련 제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또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상품개발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 의사결정과정에도 참여한다.
우리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역시 금융소비자보호센터내 참금융추진팀을 신설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수석부행장 직속에 뒀다.
대출서류 조작 등으로 홍역을 치른 국민은행은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은행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KB희망경영위원회'를 신설 한데 이어 은행 고객만족부 내 소비자보호실을 금융소비자보호부로 확대 개편키로 했다.
고졸 차별 금리 적용으로 된서리를 맞았던 신한금융지주 역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최고 책임자를 지정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담당조직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모든 본부 부서에서 다양한 소비자 불만을 사전에 반영키로 하는 등 사전 모니터링 장치를 마련했다.
일단 금융지주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긍정적인 변화다. 자의반 타의반이긴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권익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새로운 부서나 기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다. 지금도 금융지주나 은행들은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나 제도를 갖추고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하드웨어의 문제라기보다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점에서 신뢰가 회복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들의 소비자권익 보호장치가 실제 어떤 효과를 낼 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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