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삼금주(금호아시아나그룹), 119(LS그룹ㆍ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111(포스코), 112(신세계)…"
대기업들이 새로운 기업 문화 창달을 위해 '술 문화' 바로잡기에 나섰다. 최근 '벌주ㆍ원샷ㆍ사발주'를 금지한 삼성그룹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그룹, LS그룹, CJ그룹 등이 강도높은 절주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어 기업의 회식자리에서 음주 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7월 박삼구 회장이 그룹 계열사 임원 전략세미나에서 "(우리 그룹이) 기업 최초로 전사업장 금연운동을 시작하고 정착시킨 만큼 절주 캠페인도 선두에 서자"고 제안한 이후 '삼금주(三禁酒)' 캠페인에 들어갔다. 삼금주는 낮술과 폭음, 주사를 금지한다는 의미다. 그룹 전략경영실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각 계열사에 이같은 내용을 알리고 인사정책에까지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연 운동을 전사적으로 펼쳐 성공한 기업답게 이번 절주 캠페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타 기업들도 절주에 나서는 만큼 한국 사회에서 술 문화가 바로잡히는 날도 머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19캠페인'을 벌이는 곳도 많다. 이는 1종류 술로 1차만 마시고 오후 9시 이전에 술자리를 끝낸다는 의미로, LS그룹,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특히 LS산전은 지나친 음주문화를 없애자는 취지로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고 회식을 금지시켰다. 가정의 날로 정해진 금요일에는 법인카드 사용도 안된다.
포스코는 1종류 술로 1차까지 회식을 하고 10시 전에 귀가하자는 의미의 '111' 절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마케팅본부에서 매월 법인카드 집행 내역을 모니터링해 결제 시간 등을 체크하며 '111'운동이 잘 지켜지도록 독려도 한다.
신세계는 올 하반기부터 1종류 술로 1차만 2시간 이내에 끝내는 '112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의 술문화는 2개월여만에 확 바뀌었다. 천편일률적인 술자리 보다는 맛 집 방문, 영화감상 등 문화 활동 위주의 회식을 하는 팀이 속속 생기고 있고 술도 적당히 각자의 주량에 맞춰서 마시는 분위기로 변했다.
지난 7월 '문화기업 CJ인(人) 라이프스타일'을 발표한 CJ그룹은 아예 '술 없는 회식'을 권장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2, 3차로 이어지는 음주 중심의 회식을 지양하고 '술 없는 회식' 사례를 선정하는 사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문화기업에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해야 고객의 신뢰도 얻고 상품과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는 이재현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최근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 문화가 확산되면서 술자리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회식을 저녁 대신 점심으로 바꿔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팀이 있는가 하면 술자리 회식 대신 문화공연을 관람하는 팀도 늘었다.
STX그룹은 공휴일 전날이나 금요일에 회식을 못하게 금지시켰다. 또 회식은 1차까지만 하고 음주는 개인이 원하는 만큼만, 강요는 절대 하지 않도록 권장 중이다.
이밖에 롯데백화점은 오후 9시 이후 술자리를 금지시켰다. 백화점 폐장 시간이 오후 8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술 회식을 금한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백화점 업무 특성상 여직원들이 많은 편이라 술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기분 좋게 저녁 자리를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과도한 음주는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기업들이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들어 강도높은 음주대책이 연달아 나오고 있는 것은 경제위기 속에서 긴장의 끈을 풀지 말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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