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京신드롬③'균형발전 리스크' 대안은
정치적 이해관계 발목..역할분담 재정지원 먼저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2007년 개발예정지구 지정 때 승인받은 공사인데 아직까지 예산 배정이 안돼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답답할 뿐이다."
지난 11일 나주시 청사에서 만난 박형석 나주혁신도시지원단장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도시 기반시설 공사 진행이 더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빛가람도시'로 명명된 광주전남혁신도시 서부지역을 우회하는 국도 49호선 연장 공사가 올해 말 완료될 예정이지만, 첫 삽을 뜨지 못한 연결 도로 때문에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태. 혁신도시 동부 외곽을 관통하는 지방도와 국도 1호선을 이어줘야만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다.
박 단장은 "동부간선도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혁신도시를 오가는 광주 유동인구가 서부지역으로 집중돼 출퇴근 시간 상당한 혼잡을 각오해야 한다"며 "비용이 398억원에 불과한데 기획재정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남개발공사, 광주도시공사 등 혁신도시 시행사업자 관계자들도 지방 혁신도시에 대한 중앙정부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이에대해 정부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광주전남혁신도시의 경우 전남도와 광주광역시 두 곳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기반조성공사를 위해 다른 혁신도시 두 배 가량 예산이 이미 투입됐다"며 "국토부 승인을 받았다고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면 다른 지자체에서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혁신도시 중장기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도시 발목잡는 정책리스크=광주전남혁신도시의 경우 도로망 확충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신경전을 펼치는 것 외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도시공사, 전남개발공사가 총 사업비 1조4175억원 가운데 42.7%, 23.8%, 33.5%을 출자해 진행중인 기반시설 조성공사는 2013년 완료될 예정이다.
단독주택, 근린생활, 상업용지 등 실수요자용 택지는 100% 분양을 완료해 가장 부진한 충청은 물론 다른 혁신도시 관계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LH가 최근 특별분양에 나선 전용면적 60~85㎡ 아파트 624가구의 경우 1.2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임석호 LH 광주전남혁신도시 사업단장은 "평당 분양가가 580만원 정도로 광주 뿐만 아니라 나주시내 아파트 매매가격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어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농어촌공사 등 15개 이전 대상기관 가운데 13곳이 계약을 체결해 오는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산학연클러스터, 교육시설 등 도시 자립도를 결정짓는 핵심 사안은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출범 당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이 발표된 이후 10년 가까이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기업체들이 지방 이전을 머뭇거리게 한 탓이다.
모 대기업 부설연구소 관계자는 "솔직히 차기 정권에서 혁신도시 관련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또 다른 지방도시 계획안이 발표될 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진행중인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을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 '책임 소재' 떠넘기기=혁신도시 예산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간 신경전도 첨예해지면서 위험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하드웨어를 깔아줬으니 소프트웨어는 지자체가 알아서하라"는 식이고, 지자체는 "정부가 끝까지 책임져야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당초 혁신도시 유치에 나설 때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하던 지자체들이 막상 선정되고 나서 이것저것 지원해달라며 아우성"이라며 "혁신도시가 지자체의 든든한 세원이 되는 만큼 자족능력을 갖출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스스로 나서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자체 및 지방공기업이 재정 투입은 커녕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남개발공사의 경우 지난 2007년 48%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현재 125%로 급증해 지방채 발행조차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나머지 지방 공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부지조성, 아파트 건설, 이전 공공기관 청사 착공 등 사업이 진척된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체를 끌어들이기 위한 역할 분담과 그에 따른 세부적인 재정지원 계획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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