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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없인 못살아>, 여자의 적은 오늘도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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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없인 못살아>, 여자의 적은 오늘도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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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없인 못살아> 61회 MBC 저녁 8시 15분
천애고아에 착하고 밝은 성품의 여주인공이 안정된 배경의 남자와 결혼한 후 시가에 헌신하며 살지만,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은 끝에 그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춘 남자의 사랑에 의해 보상받는다는 장르의 공식은 반년마다 저녁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조연을 포함한 거의 모든 관계가 전형성을 내세워 펼쳐지는 가운데 후발 드라마가 택하는 길은 대개 더욱 자극적인 갈등이다. 아내 인혜(박은혜)를 버린 상도(조연우)와 내연녀 가영(황인영)의 적반하장이나 아들 기찬(왕석현)의 양육권을 놓고 벌이는 아동학대 수준의 공방이 망설임 없이 펼쳐지는 것 또한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과 채널 고정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특히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가영이 기찬과 갈등을 빚으며 이기적이고 매정한 여성으로 그려지는 반면, 손수 가정을 깨뜨렸던 상도는 점차 고뇌하는 부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는 점은 전형적이지만 눈여겨볼 지점이다. 기찬이 잠든 사이 스트레스로 혼자 술을 마시는 가영에 대한 상도의 훈계나, 자신 또한 외도 경력이 있는 상도의 부친 풍기(주현)가 가영을 향해 “(손자의) 새엄마 그릇이 아니”라고 비난하는 태도는 상도의 외도보다 ‘조강지처 VS 나쁜 년’ 구도를 강조하며 문제의 근원을 여성 간의 갈등으로 치환해 버린다. 그리고 우월감과 적개심을 가득 담은 가영의 대사 “나, 일하는 사람이야. 서인혜처럼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 아니라고!”는 이러한 주부 대상 일일극의 셀링 포인트를 명확히 드러낸다. 여성 집단 간의 선입견과 균열을 조장하는 서사가 대개 여성에 의해 창작되고 소비되는 것, 참 꾸준하고도 서글픈 아이러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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