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990년대 초반, 건설주가 신바람을 내며 증시를 주도할 때 건설화학이 동반 급등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종목명에 건설이 들어간 것을 보고 묻지마 투자식의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2000년초 '닷컴(.com) 바람이 불때는 닷컴이 붙은 의류회사가 동반 급등했다. 소설같은 얘기처럼 들리지만 2012년 증시에서도 이같은 '묻지마'식 투자는 여전하다.
23일 장에서 카메라모듈과 LED조명 전문업체 한성엘컴텍이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더니 이내 상한가로 올라섰다. 최근 국제 금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고려아연 등 금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이자 2008년부터 금 테마주로 인식되던 한성엘컴텍에도 매수세가 몰린 것.
문제는 한성엘컴텍은 지난 6일 몽골 소재 금광 개발 계열사인 AGM마이닝 보유 지분 전량을 310억원에 처분키로 했다고 공시했다는 것이다. 공시 직후 한성엘컴텍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2008년 금광개발을 본격화한 후 배 이상 올랐던 주가가 시간이 지나도 성과가 나오지 않자 고점대비 1/5토막까지 났었기 때문이다.
23일 상한가로 마감됐던 한성엘컴텍은 24일 장에서도 장초반 소폭 상승출발 했지만 이내 차익매물에 큰 폭으로 밀렸다. 오전 10시59분 현재 전날보다 115원(7.59%) 떨어진 1400원을 기록 중이다.
문재인 테마의 대장주격인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의 요즘 움직임도 유사하다. 우리들제약 등은 대주주의 남편이었던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이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디스크를 봐줬다는 게 와전되면서 대통령 주치의로 알려졌다. 노 전대통령 사람이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이 대선 후보로 부상하면서 우리들제약 등이 자연스레 문재인 테마주가 됐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이혼하면서 지난 6월 공식적으로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 지분을 정리했다.
테마주가 된 인연도 억지 측면이 있지만 그마저 단절된 것. 하지만 우리들생명과학 등은 지금도 문재인 테마의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테마주의 주가 흐름은 실적 등 펀더멘탈과 무관한 소문과 수급에 의존하고, 대부분 투자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테마의 연결고리가 끊어져도 수급만 받쳐주면 테마에서 탈락하지 않고 움직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폭탄돌리기'니 사실관계가 달라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