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현대·기아차 미국 딜러들이 물량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국내 공장의 부분파업과 조업중단 등으로 물량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탓이다.
현대·기아차가 파업으로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미국 자동차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자칫 미국 시장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오토모티브뉴스와 현대차에 따르면 8월1일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 재고일수는 21일과 27일로 한 달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GM과 포드 크라이슬러는 각각 79일, 58일, 65일을 기록 중이다.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차들의 재고일수도 40일, 55일, 49일로 집계됐다. 최소 두 달은 돼야 딜러에서 정상적인 전시 및 판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일부 딜러들은 전시할 차도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물량이 이처럼 부족한 이유는 미국 내 수요의 증가와 함께 최근 파업사태로 공급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생산하는 쏘나타, 엘란트라(아반떼), K5, 쏘렌토 등의 차종은 시장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물량을 조절하며 적기 공급이 가능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지난해 생산물량을 기존의 30만 대에서 36만 대로 늘렸고, 현대차 앨라바마공장도 9월부터 6만대의 생산물량 추가 확보에 나서는 등 현대·기아차 모두 현지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물량 확대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내공장 상황은 정반대다. 최근 부분파업 및 잔업 거부로 22일 기준 현대차, 기아차의 생산차질은 8만8000대를 넘어서며 해외 물량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7월 현대차의 전차종 수출대수는 9만4576대(선적기준)로, 6월의 12만6541대에 비해 무려 25.3% 감소했다. 자연히 미국으로의 수출도 줄었다. 현대차의 7월 미국 수출대수는 2만7101대로 6월의 3만6209대에 비해 25.2%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7월 미국 수출대수는 2만5917대로 6월의 2만9659대에 비해 12.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출 차종의 경우 7월 수출 선적 대폭 감소로 인해 8~9월 이후의 판매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엑센트, 벨로스터와 제네시스 쿠페, 투싼, 기아차의 쏘울, 포르테, 리오(프라이드) 등의 물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7월 미국의 자동차 산업수요는 115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8.9% 성장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미국에서 자동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 확대를 위해 신모델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업체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진다. 도요타의 7월 판매대수는 13만9759대로 전년 대비 23.9%, 혼다의 7월 판매대수는 10만4119대로 4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판매는 4.1% 증가해 산업수요 증가율 8.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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