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영훈)이 14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공식 결의했다.
지난 5월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주도한 구당권파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을 포함한 비례대표 후보 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비례대표 당선자 총사퇴가 이뤄질 때까지 조건부 지지 철회를 결의했던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당 혁신이 무산되자 지지를 거둬들였다.
민주노총이 이날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 지지를 철회함에 따라 통합진보당 신당권파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에 탄력이 붙고 있다. 구주류 당권파는 당 사수 비상회의를 구성해 분당을 저지하고 있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이후 좁아진 입지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통합진보당의 쇄신파는 이날 민주노총의 지지 철회로 신당 창당의 추진력을 얻게 됐다. 당의 최대주주인 민주노총으로부터 신당 창당의 직접적인 지지 표명은 받지 못했지만 구당권파 측을 배제하는데 대한 동의를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강기갑 대표 등 신당권파에 보다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통합진보당 당원 13만 명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은 약 4만5000명,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당원은 7만5000명 가운데 3만5000명으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면 당장 당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 대표 등 신당권파는 이날 민주노총 13차 중앙집행위 개최에 맞춰 국회에서 진보정치혁신모임 보고대회를 열어 신당 창당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모임 참석자들은 결의문에서 "지금의 통합진보당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회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노동 대중 속에 굳건히 뿌리내린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의 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국민참여계와 인천연합, 진보신당 탈당파들이 고루 참석했다.
반면 구당권파는 사태를 수습할 마땅한 방도가 없어 더욱 고립될 것으로 보인다.
구당권파 측은 '분열·분당 저지 당 사수 비상회의'를 구성해 입당 운동을 벌이는 한편 신당권파의 신당 창당을 막고 있다. 오는 17일쯤 당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의 진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신당권파로부터 거부당했다. 이에 구당권파 측은 수적으로 우세한 중앙위를 열어 5·12 중앙위 폭력사태에 가담한 구당권파 당원들의 징계를 막는 등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활동을 재개한 구당권파 측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행보도 관심사다. 이 전 공동대표는 최근 "평화통일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종북으로 매도됐다"며 범자주파(NL) 단결을 강조했다. 한동안 침묵했던 그가 현안에 목소리를 잇달아 내면서 향후 그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구당권파의 한 관계자는 "신당권파가 당을 떠나면 이정희 전 대표를 앞세워 당을 수습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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