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집값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을 넘은 '깡통 아파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15%에 해당하는 44조원이 이미 LTV 한도를 초과해 위험대출로 분류된 상태이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판교ㆍ동탄ㆍ김포ㆍ광교ㆍ파주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 두드러진다. 2기 신도시에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만여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올해부터 2015년까지 4만20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분양가나 고점에 비해 10~20% 하락해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게 된 것이다.
아파트가 깡통이 되면 은행들이 LTV 규제를 지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원금 회수에 나서게 된다. 그러면 채무자 가계가 금전적인 압박을 받게 돼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거나, 급매물로 집을 내놓거나, 고금리 급전을 빌려 대출 원금의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 그러다가 은행 부실화, 가계 부실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맞물리며 연쇄반응이 일어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10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깡통 아파트가 급증하는 것은 심상치 않은 징조다.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바로 이렇게 시작됐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은행들은 LTV 초과 대출을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신용대출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일 뿐이며 효과가 의문스럽다. 게다가 신도시의 경우 은행들이 개별 채무자의 신용도를 묻지 않고 집단대출을 제공한 뒤 집값 하락을 이유로 개별 채무자에게 고금리 등으로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장기 추세적으로 침체하는 상황에서는 거래 활성화를 겨냥한 인센티브는 별로 효력이 없다.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 한 예로 담보가치가 급락한 주택의 소유ㆍ거주자로부터 환매가능 조건부로 소유권을 인수하되 거주권을 인정해주는 미국식 '리스 바이 백' 같은 임대전환제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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