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올 9월에도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는 대규모 '전쟁 재연' 행사가 인천 앞바다에서 치러진다. 남북 화해ㆍ협력의 '기수'를 자처한 송영길 시장 취임 2년이 지났지만 전승(戰勝)을 되새기자는 행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1950년 월미도 일대 무차별 포격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과 후손에 대한 피해보상은 피해 발생 62년, 국가 진실ㆍ화해위원회의 권고 4년이 넘도록 외면당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해군과 공동으로 월미도 일대에서 인천상륙작전 62주년 기념행사를 연다고 1일 밝혔다.
기념일 당일인 15일 아시아 최대 상륙함인 독도함을 중심으로 인천상륙작전 당시를 재연하는 전투작전 시범이 예정돼있다. 현역 군 장병과 실전용 군함ㆍ장갑차들이 동원돼 해상 함포사격과 해안가 상륙ㆍ돌격 시범 등을 편다.
올해엔 특히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투 체험행사까지 마련됐다. 선착순으로 모집된 체험단은 9월 13일부터 3일 동안 월미도 일대 해상과 해안가에서 실전 상황을 가정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대대적인 전승기념식과는 대조적으로 인천상륙작전 과정에서 집을 잃거나 가족이 숨지고 다친 주민ㆍ후손에 대한 보상은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3월 인천시의원 5명이 월미도 폭격 피해자 보상을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상위법이 없고 피해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후 입법을 거부했다. 민주통합당이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는 시가 거부하자 그대로 조례 제정을 포기했다.
인천에선 지난 2008년 6월 상위법 없이 조례가 제정ㆍ시행된 사례가 이미 있다. 시의회가 상위법에서 위임이 안 된 '인천시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지원조례'를 의결하자 인천시가 2007년 5월 조례 무효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통행료가 지원됐다.
국회 특별법 제정은 지난 2006년 7월 당시 한광원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가 기한 만료로 폐기된 뒤 6년 넘게 진척이 없다. 그나마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이 이 달 중 월미도 폭격 피해자 보상방안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관련 특별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정부가 줄곧 월미도 폭격 피해 보상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월미도 폭격 피해 가족과 유족들은 국가와 지난해 2월 미국과 국제연합(UN), 한국 정부, 인천시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낸 피해보상 소송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소송은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첫 공판이 열린 뒤 아직 별 진척이 없다.
한인덕 '월미도원주민귀향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피해 주민과 후손들의 호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만 꼬박꼬박 열리는 것을 보면 해마다 참담한 마음을 가누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상륙작전은 월미도 폭격 피해자 보상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본다"며 "피해보상은 우선 법률이 만들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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