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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글로벌 M&A시장에서 달라졌다… CNOOC 넥센 인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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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중국 최대 석유·천연가스 개발업체인 국영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캐나다 석유기업 넥센 인수는 그 동안 정치적 압력과 경험 부족으로 실패를 맛봤던 중국 기업들의 ‘와신상담’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식회사 중국’이 글로벌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CNOOC의 북미지역 대형 M&A는 이번이 처음 시도가 아니다. 지난 2005년 CNOOC는 미국 석유화학기업 유노칼(Unocal)을 185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지만 ‘에너지 안보’ 논리를 내세운 미국 정치권의 반대에 밀려 무산됐던 적이 있다.


당시와 달리 이번 넥센을 151억달러(부채 등을 포함하면 18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은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은 편이다. 당국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면 이는 중국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M&A다.

CNOOC 말고도 중국 국영기업들은 최근 해외 M&A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 부채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서방 기업들을 인수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지만, 특히 중국 기업들은 그 동안 겪은 숱한 실패를 교훈삼아 예전보다 훨씬 더 전략적인 접근방식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넥센 인수만 해도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높다. 당장 캐나다 정부가 인수를 승인해야 하는데, 넥센은 캐나다 최대 에너지기업이다. 또 미국에서는 관련 사안을 관장하는 대내투자위원회(CFIUS)를 거쳐야 하고, 영국 당국의 사업적격자 승인도 얻어야 한다. 넥센이 멕시코만과 북해 지역에 시추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CNOOC의 넥센 인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앞으로 예상되는 각 감독당국과의 협의를 최대한 염두에 두고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실무자들은 “지금까지 이토록 복잡한 접근은 본 적이 없었다”고 전했고, CNOOC측 관계자도 “지난 유노칼 인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번에는 미국 정치권의 강력한 반대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CNOOC가 체사피크에너지의 지분을 사들이며 셰일가스 사업에 투자했을 때도 미국 정치권의 거부는 없었다. M&A전문 로펌 스케이든압스의 이반 슐래거 변호사는 “이번 넥센 인수 건은 우호적 M&A를 깨려고 했던 유노칼 인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당시 유노칼 인수는 미국 셰브론텍사코가 먼저 인수하려 했던 것에 CNOOC가 뒤늦게 끼어들면서 곱게 봐줄 수 없다는 분위기였고, 미·중 간의 정치이슈로까지 비화될 빌미를 제공했던 측면이 있었다.


최근 국제유가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전세계 자원기업들도 자금 확보에 골머리를 않고 있다. 한편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면서 CNOOC,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 시노펙(중국석유화공), 시노켐(중국중화집단) 등 국영기업들의 해외 인수를 적극 장려해 왔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충분한 해외 진출 동기와 자금 ‘실탄’을 갖고 있다.


CNOOC는 이전부터 넥센과 상당한 유대관계를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넥센과 손잡고 멕시코만 심해유정 개발에 뛰어들었고, 파산보호를 신청한 옵티캐나다의 오일샌드 지분을 21억달러에 인수하며 ‘백기사’로 나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노펙이 2010년에 코노코필립스의 신크루드캐나다 지분을 약 47억달러에 매입하며 오일샌드 확보전에 가세했고, 페트로차이나도 2009년 17억달러를 들여 아타바스카오일샌드로부터 2개 개발프로젝트 지분 60%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노칼처럼 실패한 경험 때문에 지금까지 중국 에너지기업들은 해외 상장기업들의 지분 대부분을 획득해 경영권까지 가져오기보다는 소규모 지분만 얻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넥센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는 바뀔 수 있다. 때문에 CNOOC의 이번 넥센 인수는 중국 해외자원시장 확대의 전환점은 물론 괄목상대한 중국의 글로벌 M&A시장 능력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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