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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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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영규 기자]#1 경기도 화성에 있는 A공업. 이 회사 김 모 사장(63)은 최근 광주 삼성전자 공장에 다녀왔다. 구매 담당자가 김 사장을 호출(?)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아들뻘되는 구매담당자로부터 납품단가 인하 종용을 받았다. 삼성은 이 회사와 올 초 납품계약을 맺으면서 추가 단가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6개 월만에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심하게 따질 수 없었다. 앞으로 납품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 사장은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중소기업을 해야 할 지 한 없는 자괴감에 빠졌다. 그는 자식에게 사업을 물려주지 않을 요량이다.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을 한다는 것은 희생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2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B중소기업 최영국 사장(51). 최 사장은 최근 금리가 높은 사금융을 찾았다. 운전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최 사장이 사금융까지 굴러온 데는 이유가 있다.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찾았지만, 매출 규모가 10억 원이 안 돼 영세한데다, 집 담보 등으로 이미 운전자금을 가져다 써 더 이상 대출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사업초기 친인척으로부터 돈을 빌려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급박하자, 최 사장은 연 21%인 사금융 대출로 5000만 원을 확보했다. 6개월만 쓰겠다고 했지만 당장 이자를 갚을 길이 막막하고, 대출기한 내 원금과 이자를 갚을지도 걱정이다.

대한민국 산업 뿌리인 중소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공존 시스템이 마련됐다며 '구두선'을 외치지만, 현장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힘없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하루하루를 외줄타기 삶을 살고 있다. 대기업과 벤더(하청업체)간 위계 질서는 '아직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지난달 초 충남 아산에 있는 매출액 100억 원의 디에이치 고 모 사장(63)은 중대결심을 했다. 지난 2002년부터 10년째 거래해 온 안산 원시동 신창전기를 상대로 10억 원의 '제품개발 손실금 반환소송'을 낸 것. 고 사장이 거래중단 위협속에 이 같은 결심을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생각할수록 신창전기의 행동이 괘씸해서다.

고 사장은 지난 2006년 당시 손병휘 신창전기 대표가 디에이치를 방문, 쌍용차의 체어맨(w200)과 현대차의 제네시스 차량부품 납품 요청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특히 납품단가는 손해 보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손 대표의 말만 믿고 1년 여동안 납품했다. 고 사장은 이 과정에서 9억2600만 원의 손해를 떠안았다. 문제는 이처럼 엄청난 손실을 떠안으면서 납품을 해오던 중에 다시 신창전기측이 납품단가 인하를 재차 요구하고 나선 것.


이에 고사장은 더 이상 피해를 보면서 거래를 하는 것은 회사가 '공멸'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손 대표와 신창전기 측에 10억 원의 손해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수차례 보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처음에는 손실을 보장해주겠다고 하다가, 최근 다른 업체와 합병한 뒤 완전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할 길 없던 고 사장은 결국 법의 심판대에 이번 문제를 올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유럽 발 금융위기와 내수부진이 맞물리면서 중소기업들의 매출이 뚝 떨어지고 있다.


경기도 시흥스마트허브(옛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P기업. 이 회사는 최근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유럽 체코와 헝가리 등 동구권과 스페인 등에 수출하던 산업기계 매출이 유럽 금융위기로 평상시의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상당수 영세 중소기업들은 정부와 은행권의 풍부한 정책자금 수혜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정책자금 역시 엄격한 대출조건이 있다 보니 영세한 업체들의 경우 자격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영세 중소업체들은 부채비율까지 낮춰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충청도에서 사업을 하는 김 모 사장은 "부채비율이 높으면 대기업들이 거래를 아예 안하려고 한다"며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자금난, 매출부진 등은 물론 부채를 떨어내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침체에 따른 개인들의 부실대출과 맞물려 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규 기자 fortun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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