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
지난 6월 26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정릉풍림아이원 아파트 60㎡의 최저 매각가가 1억 8240만원이다. 21명이 경합을 벌여 전 유찰가(2억 2800만원)를 훌쩍 넘긴 2억 4166만원에 팔렸다. 중소형과 수익형 부동산 전성시대답게 경매에서도 관심도가 높다.
상반기 경매 시장은 중소형 아파트와 수익형 부동산만 투자자가 몰린 양극화로 요약된다. 부동산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 태인에 따르면 상반기(6월 20일 기준) 매각가율은 77.18%로 반기별 기준으로 볼 때 국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84.79%)에 비해서도 7.61%포인트 하락했다.
근린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부동산 경기에 아랑곳없이 강세를 보였다. 주거형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2-3-8법칙으로 대변되는 물건에만 투자자가 몰렸다. 즉 2회 이상 유찰됐거나 매각가 3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인 물건은 열기가 뜨거웠다. 반면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가 2회 유찰 후 겨우 팔린데서 알 수 있듯 대형 아파트는 적어도 두 번은 떨어져야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버블 세븐 지역에서는 반토막 물건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 수도권의 고가 아파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서다.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이 시세차익에서 임대수익으로 재편되어 대형 평형에 대한 유효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수익형 부동산은 시황에 관계없이 지역불문, 가격불문, 종목불문 투자자가 몰려 고가 낙찰도 서슴치 않는 3불문 현상이 시장을 지배했다.
하반기 경매시장 전망 및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거래부진 등 그동안의 힘든 상황을 저금리 덕에 버텨 왔으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우량 물건이 속속 경매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1~4월까지 경매물건은 3만 84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 5580건에 비해 8.03%포인트 늘었다.
하반기는 안팎 경기 침체 여파로 신규물건의 가빠른 증가세가 예상된다. 투자 양상은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종목과 지역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는 투자자들이 참여를 망설이는 3-4분기가 참여의 적기가 될 수 있다. 단, 과거의 매각 사례에 의존하기보다는 저가 소신입찰이 요구된다.
반면 투자자는 지금은 사두면 가격이 오르는 시대가 아니어서 시황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생긴 후에 참여하더라도 늦지 않다. 오르는 물건과 오르지 않는 물건, 오르는 지역과 오르지 않는 지역간 편차가 심해 추이를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어서다.
모든 전망의 기저에는 실물경기가 키를 쥐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 등 대내외적 충격을 제대로 극복한다면 대선 등 유동성 장세와 맞물려 하반기에 뜨거운 열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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