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토를 가진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놀라운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성장동력' 산업의 육성이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시작으로 1980년대 반도체, 1990년대 자동차와 조선, 2000년대 휴대폰과 정보통신(IT)산업을 기반으로 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IT산업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부터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해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이렇듯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은 IT 이후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전 세계는 자원 고갈, 식량 부족, 지구 온난화 등 환경적인 위험과 리먼 사태, 그리스 재정위기 등 불확실한 금융경제 상황으로 위기감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진입을 위한 성장통인 저성장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답을 미지의 영역인 '바다'에서 찾고 있다. 차세대를 위한 구원투수는 바로 '해양과학기술'인 것이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지구상 생물의 80%가 서식하고 있는 자원의 보고 '바다'. 이 정도면 지구(地球)보다는 해구(海球)에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바다는 인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품고 있다.
전 세계 석유자원 부존량의 3분의 1이 해저에 있으며 구리, 망간, 니켈, 코발트 등은 최대 1만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바다에 매장돼 있다.
해양심층수를 신재생에너지로 활용하고, 해수의 담수화를 통해 부족한 식수 문제도 해결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바다의 무궁무진한 자원은 세계가 직면한 식량 및 석유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최후의 보루이다. 전 세계가 바다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렇듯 바다가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해양과학기술의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1959년 미국 과학아카데미 해양학위원회 소속 과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에 관한 지식은 바다의 중요성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라고 말하며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기술적 한계를 언급했다. 이후 고도화된 현대 과학기술로 해양과학분야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두 담기엔 아직은 미약한 단계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과학기술의 연구와 개발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7062m까지 유인잠수정을 보내는 이때에 해양과학기술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
때마침 우리나라 대표 해양연구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이 지난 40년간 이룩한 해양과학기술 분야의 우수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해양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원천기술 확보와 관련 산업의 육성, 그리고 우수 인재 양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정부의 지원도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21세기 해양의 시대를 맞아 선진국은 이미 더 멀리, 더 깊이 해양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양과학기술의 연구 기반을 꾸준히 다져온 우리나라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출범으로 해양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이 해양과학기술을 통한 '블루 이코노미'를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키워 '바다의 기적'으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송환빈 해양과학기술원 정책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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