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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평안을 주는 '스토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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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기자의 ‘아름다운 집’ 순례⑦ | 경기도 성남 판교동 525-8번지

마음에 평안을 주는 '스토리 하우스' 1. 이 집은 ㄷ자 형태로 중앙에 작은 뜨락이 있다. 2. 1~2층을 연결하는 자작나무 계단. 침실에서 바로 주방으로 이어지도록 동선을 만들었다. 3. 옥상은 파티 등을 할 수 있도록 가든으로 꾸몄다. 4. 1층과 2층을 복층 형태로 설계해 공간감을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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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집은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집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성남시 판교동 525-8번지는 특히 그렇다.

525-8번지는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무겁고 가볍다는 표현은 기능적인 측면을 두고 한 이야기다. 편리하고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리가 아니라 함께 ‘작동’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침실, 화장실, 주방으로 이동하는 동선도 중요하지만 이 집에서 생활하는 즐거움과 편리함을 선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525-8번지가 가진 큰 매력이다. 525-8번지는 대지 224.80㎡(68여평)에 건물 면적은 112.04㎡(33여평)다. ‘ㄷ’자 형태로 중앙에는 자그마한 정원을 만들었다. 지하1층~지상2층에 거실, 주방, 침실, 작은방, 게스트룸으로 이뤄졌다.


이 집은 첫 설계부터 가족이 중심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안방과 작은방 그리고 1층 주방으로 이동하는 동선도 한 곳으로 모아졌다. 밖에서 보면 크고 넓어 보이지만 실제 이동하는 거리가 짧은 느낌을 받는 것도 이런 동선 설계 때문이다. 특히 1층과 2층을 오가는 계단의 역할도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다.

마음에 평안을 주는 '스토리 하우스' 1. 작은방의 특징은 최대한 바닥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2. 지하공간은 각종 운동기구와 오락공간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화려하거나 튀지도 않으면서 집의 중심에서 버티고 있는 모양새가 눈길을 끈다. 이 집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안방인 침실이다. 1층과 2층 사이에 복층형태로 만들어졌고, 그 곳에 안방인 침실을 만들었다. 침실에는 작은 테라스와 함께 시야를 넓히기 위해 창을 설치해 공간감을 더욱 넓혔다. 침실에는 자그마한 벽체를 설치했다. 오픈구조 형태지만 이 자그마한 벽체로 방의 역할과 집의 중심적인 공간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작은방은 침실과 서재처럼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향후 2개의 방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집은 재료에도 중점을 뒀다. 자작나무로 만든 마감재를 사용해 바닥과 계단을 만들었다. 또 집의 외벽은 치장 벽돌과 징크로 마감했다. 외장에 사용한 이 벽돌은 가로로 쪼개 하나 하나 붙여 멋스러움을 높였다. 지하 공간은 사랑방 공간으로 만들었다. 뒷면에 썬큰 공간을 만들어 채광을 높였고, 곳곳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마련했다. 기존의 창고가 아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1년간 숱한 대화로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심플한 집
525-8번지의 특이한 점 하나. 건축사 2명이 함께 공동건측으로 작업을 했다. 자기 이름을 프라이드처럼 중시하는 건축사들이 공동 명의로 설계를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건축사인 조성기, 우대성 공동대표는 설계할 때 소통을 중시하는 점에서도 코드가 통한다. 두 건축가는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어떤 삶을 살와왔는지 파악하는 동시에 그가 원하고 그리는 집의 구도와 가구 등에 대한 구상을 추출해내는 일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마음에 평안을 주는 '스토리 하우스' 1. 거실과 주방 식탁으로 동선을 묶었다. 2. 드레스룸은 벽면 공간을 활용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특징. 3. 지하공간에 설치한 스크린골프. 4. 두개로 나눌 수 있게 설계한 작은방.


525-8번지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마치 리서치를 하듯 건축주와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고민을 거듭한다. 525-8번지가 ‘스토리 하우스’로 불리는 이유다. 이 과정이 무려 1년이나 걸렸다. 실제 설계부터 완공까지는 6~8개월 정도 걸렸지만 건축가와 건축주 누구하나 아무런 불평 한마디 새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돌출된 것이 바로 ‘누구나’였다. 건축주가 아닌 어느 누가 이 집을 찾아도 아무런 불편없이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두 건축사의 생각이다. 독특한 모양의 2층과 옥상 가든이 이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독특하면서도 편안함이라는 코드를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525-8번지는 설계부터 건축주가 다른 이에게 판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만든 집이다. 개인 주택은 자신만의 공간을 위해 만든 집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주택은 공간 구성과 디자인을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건축사의 ‘보편적인’ 시각이 반영됐지만 누구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설계했다 | 조성기·우대성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공동대표
“집은 주인이 바뀌어도 편리함과 보편성이 우선”


마음에 평안을 주는 '스토리 하우스'

“집은 보편성을 가진 구조입니다. 이 보편성은 설계를 통해 이끌어낼 수 있지만 결국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 대표와 우 대표는 항상 함께 설계를 한다. 525-8번지도 마찬가지다. 좋은 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점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대화’가 많아진다는 것이 두 대표가 내세우는 ‘건축학 개론’의 핵심이다.


“집을 만든다는 것은 건축가와 건축주가 함께 소통을 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낫고 두 명보다는 세 명이 분명 좋은 의견이 내놓기 마련이죠.”(조 대표) “가족이 소통을 하듯 집도 소통을 합니다. 이 소통은 집을 설계할 때 반드시 중요합니다. 건축주가 어떤 삶을 살았고 그리고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가장 중요한 문제죠.”(우 대표)


단독주택은 개인적인 공간이다. 삶의 패턴을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두 대표는 주택을 만드는 시간보다 설계하는 시간에 의미를 둔다. 서로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단점을 죽인다. 이 과정이 10년이 걸린다고 해도 좋다는데 서로 동의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보편성’이다. 525-8번지도 건축주의 개별적인 삶을 최대한 녹이기 보다는 보편성을 첫 번째 순위에 뒀다.


“보편성이 베이스가 돼야 합니다. 단독주택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개인의 삶이 반영된다지만 무엇보다 그 곳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혹시 주인이 바뀌더라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죠.”(조 대표)


집을 두고 익숙함이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의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공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어야 한다. ‘가치’에 대한 해석도 빼놓을 수 없지만 누구건 이 집이 편안해지자는 의미다.


“주택은 소유물 개념을 벗어나자는 거죠. 거주라는 목적이 분명 있지만 부동산 가치로서 평가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산 가치를 증식이라는 목적을 접어두더라도 최소한 집이 팔 수 있는 순환적 가치가 돼야한다는 것이죠.”(조 대표)
이 때문에 조·우 대표는 항상 집을 100% 완벽하게 설계하기 보다는 20% 가량 남겨둔다. 20%는 건축주가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집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집은 진화한다는 것이 어울리는 표현이네요. 무엇을 바꾸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건축주가 필요하고 편리한 부분을 계속 찾아내는 것이죠.”(우 대표)
이런 진화는 집을 숨 쉬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집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삶과 반대되는 현상이 드러나곤 한다. 불편함이 늘어나면서 원래의 목적에도 없는 ‘개조’하는 사태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집 보다는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집을 만드는 것이죠. 사람과 융화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조 대표)
집을 영화에 비유했다. 주인공들만 모아놓는다 해도 영화는 돋보이지 않는다. 반드시 조연과 단역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영화의 파워가 높아진다. 집도 마찬가지다.
“서로 어울리는 것들을 맞춰 놓는다면 집은 더욱 더 빛이 난다고 봅니다. 공간과 공간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순환되고 그것이 편안함과 연동된다는 것이 최대 미적이지요.”(우 대표)


주소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525-8
면적 대지 224.80㎡(68여평), 건물 112.04㎡(33여평)
특징 웅장하지만 짧은 동선이 눈길을 끌어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조성기·우대성 건축사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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