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씽크빅, 레드로버 등 5월 이후 총 4504억 매입
공시 당일 반짝 상승 그쳐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상장사들이 주가 급락의 칼 끝을 막기 위해 꺼내든 자사주 취득이라는 방패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자사주 취득은 회사에 대한 자신감과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인 만큼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루 반짝 상승하는데 그쳐 회사가 투입하는 현금 규모에 비해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을 포함해 총 9737억원 규모다. 특히 지난 5월 이후부터 전체의 46%에 달하는 4504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 이뤄졌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4월말 1981.99포인트에서 급락, 이 달 26일 1817.81포인트로 8.2%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상장사들이 다급하게 자사주 취득으로 주가부양에 적극 나선 셈이다.
지난 5월부터 지난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3곳은 총 259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직접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신탁계약을 신규로 체결한 곳도 14개사, 1222억원 규모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은 같은 기간 9곳, 262억원 규모의 자사주 직접 취득을 결의했고 자사주 신탁계약 체결 역시 25사, 426억원 규모에 달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하루 반짝 상승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달 들어 92억원, 100만주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해 가장 큰 자금을 투입한 웅진씽크빅은 공시 당일인 20일 주가가 8% 올랐다. 그러나 이후로는 변동이 없어 20일 종가(9960원)와 전일 종가(9990원)가 비슷하다. 디지텍시스템도 코스닥시장에서 자사주 취득 금액이 19억여원으로 가장 크지만 주가는 공시 당일인 18일과 이튿날인 19일까지만 8% 반짝 오르는데 그쳤다. 이후에는 움직임이 둔해지며 지난 19일 종가와 지난 26일 종가가 1만2250원으로 같다.
특히 레드로버는 지난 21일 하회진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이 1만9330주를 장내 매수하는 등 사재를 털어가며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이후 오히려 4.2% 하락했다. SK C&C는 지난달 31일 1808억원 규모의 자사주 200만주 취득을 공시했지만 이튿날 5.76% 반짝 상승한 것 외에는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다만 테스는 자사주 취득 외에 특허권 취득, SK하이닉스와의 100억원 규모 공급계약 등으로 주가가 자사주 취득을 발표한 지난 7일 이후 13.44% 올랐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약세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적 시즌까지 겹쳐 자사주 취득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현재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이라 자사주 취득 기업보다는 실적 개선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크다"며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개선돼야 자사주 매입 효과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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