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접속 장애로 논란을 일으킨 외산 게임 '디아블로3'와 이에 맞서 국내 시장 수성을 다짐하며 도전장을 내민 토종 게임 '블레이드&소울'의 맞대결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2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블레이드&소울의 초반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게임 조사 업체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디아블로3는 PC방 점유율 18.42%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블레이드&소울도 17.38%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출시돼 국내 게임 시장을 석권했던 디아블로3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당초 업계의 예상과 달리 블레이드&소울이 출시 3일 만에 1% 차이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동서양의 대결=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과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는 각각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들이 오랜 개발 기간을 통해 내놓은 역작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결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게임 콘텐츠를 놓고 벌이는 자존심 대결인 셈이다. 개발비도 블레이드&소울은 6년간 500억원이 투자됐고 디아블로3는 6년 이상, 1000억원 이상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존 서양 판타지 게임과는 달리 국내 사용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동양적 세계관을 담고 있는 것은 블레이드&소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반면 디아블로3는 악마와의 싸움을 그린 서양 판타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서비스 경쟁력은 누가 우위?=블레이드&소울과 디아블로3의 서비스 경쟁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번 대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동시에 많은 사용자들이 몰리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서비스 안정성은 콘텐츠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서비스는 게임의 장기 흥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들어도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게임 업계에서는 서버 접속 장애로 환불 결정까지 내린 디아블로3보다 현재까지 안정적인 서비스를 보이고 있는 블레이드&소울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 게임은 서버 15개로 시작해 현재 30개로 운영되고 있다. 출시 1시간 만에 동시 접속자 15만 명을 돌파했고 서버 1대당 최대 동시접속 인원이 1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3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블레이드&소울은 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시범테스트를 오류 없이 진행했으며 한 서버당 최대 동시접속인원을 1만 명까지 끌어올리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vs 엔씨..두 회사의 네 번째 대결=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 두 회사의 '숙명의 라이벌' 관계도 이번 대결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관전 포인트다. 이 두 회사의 경쟁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적으로 게임 붐을 일으킨 스타크래프트와 온라인게임을 산업으로 성장시킨 리니지의 맞대결이 펼쳐진 것. 당시에는 장르가 다른 두 게임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2차 대결은 2003년 말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를 선보이고, 이어 2004년 초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공개되면서 성사됐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리니지2도 동시접속자 15만 명을 넘어서며 국내 시장 수성에 성공했다.
2008년 세 번째 대결에서는 승패가 갈렸다.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아이온이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리치왕의 분노'를 꺾은 것이다. 아이온은 동시접속자 24만 명 돌파라는 신기록을 수립했고 북미ㆍ유럽 시장서도 출시 한 달 만에 1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디아블로3는 45% 이상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서버 접속 장애로 사용자들의 마음이 떠나기 시작하더니 블레이드&소울 출시로 결정타를 맞은 모양새"라며 "PC방 점유율에서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1위 자리를 조만간 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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