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이 결정되고 그리스 총선에서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부여받았던 긴축정책을 이행하겠다는 정당들이 선거에서 승리하자, 시장의 관심은 이탈리아로 향했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21일(현지시간) 왜 시장이 이탈리아의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지를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으로 분류되어 왔으며 가장 잠재적 위험이 큰 나라로 여겨져왔다. 이탈리아가 시장의 관심이 대상이 된 데에는 경제규모 대비 막대한 부채규모가 크게 작용했다. 이탈리아의 부채규모는 1.9조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20% 규모에 달한다. 더욱이 향후 1년래에 갚아야 할 부채만 4000억유로에 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경제에 대해 끊임없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작 이탈리아는 재정개혁이나 경제성장 동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의 어려움은 CDS 금리 및 국채 수익률 상승, 실업자 증가, GDP 감소 등에서 확인될 수 있다.
다음은 포천이 지적한 이탈리아 거시 경제의 불균형 및 위험 요인들이다.
<1> 부채규모 = 이탈리아의 부채규모는 GDP대비 120% 수준으로 유럽에서는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향후 12개월안에 4000억유로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 또는 연장해야 한다.
<2> 성장둔화 = 부채규모가 GDP의 90%를 넘어서면 경제 성장세는 급격하게 둔화된다. 시장은 이탈리아의 높은 부채 수준을 감안해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포천은 이탈리아 국채 10년물이 중기적으로는 6%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탈리아는 이미 3분기 연속으로 GDP가 위축됐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이탈리아가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도 ?0.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3> 부채 상환 시기가 올해 몰려 = 이탈리아는 향후 12개월간 급박한 채무 스케쥴을 치를 전망이다. 올해 이자 또는 원금 상환에 소요되는 금약은 GDP의 70% 수준이다. 프랑스가 49%, 스페인이 45%, 독일이 23%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국채 조달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탈리아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14일 이탈리아는 3년, 7년, 8년 만기의 국채 45억유로를 발행했는데, 이중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3%였다. 5월 14일 국채 3년물 수익률이 3.91% 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달사이에 36%까 뛴 것이다.
<4> 대마불사? = 현재 이탈리아 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2727억유로를 빌렸는데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남은 자금 2000억유로,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 5000억 만으로는 이탈리아를 구제하는데 턱없이 모자랄 수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규모가 너무 커서 지금 현재 유로존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규모로는 이탈리아에 구제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5> 재정 긴축 = 이탈리아가 재정긴축에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재정 긴축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전 총리인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부패의 대명사였다지만, 현재 총리인 마리오 몬티 역시 기술관료 출신으로 정국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이탈리아는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도 했다.
<6> 성장 둔화 = 경제 성장지표인 제조업 구매자관리자지수(PMI)와 서비스업 PMI에서 이탈리아는 두 지표 모두 경기위축을 의미하는 50선을 하회하고 있다. 그것도 10~12개월 연속. 좀처럼 경기 회복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7> 낮은 노동 생산성 =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장 큰 요인은 낮은 생산성 때문이다. 임금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이탈리아의 고임금 체계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8> 부진한 공업 생산 = 이탈리아의 공업 생산 증가가 더딜 뿐 아니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유럽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화 도입이후 이탈리아는 가격 경쟁력을 잃은 것으로 나온다.
<9> 수출 성장세 둔화 = 지난해 이탈리아는 무역수지 흑자국이기는 하지만 수출 성장세는 여전히 더디다. 수출 산업도 소수의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탈리아가 수출에서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섬유, 의류, 금속, 광산업 정도인데, 기업들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다.
<10> 신차 등록 부진 = 이탈리아는 유로존 국가 평균보다도 신차 등록 숫자가 적다.
<11> 가계 저축률 감소 = 이탈리아의 가계 저축률은 2002년 17.8% 수준에서 2011년 3분기에는 11.6%로 떨어졌다. 지난 3년간 은행들의 예금이 줄었다는 것은 가계들이 빚을 갚고 있다는 의미와 함께 소비자들이 과거의 소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12> 소비자 신용 고갈 = 소비자 신용 대출이 둔화되는데도 이탈리아의 소매 판매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밑바탕에는 가계 저축이 줄어들고 있는 사정에 밑바탕에 깔려 있다.
<13> 높은 실업률 = 이탈리아의 청년실업률은 39%에 이른다. 높은 실업률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공공 서비스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14> 스테그네이션 = 미국 등은 올해 하반기 낮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는 약달러 환경 속에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스테그네이션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높은 물가 속에서 경기 침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포천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이탈리아에 대한 구제금융은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봤다. 대신 유로본드의 발행만이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독일이 동의를 해줘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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