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화학업계에는 1960년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사람들 중에 천재나 수재 소리를 듣던 인재들이 많았다는 얘기가 자랑스레 전해진다.
당시 최고 기업은 비료공장을 꼽을 정도로 화학 산업은 한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일등 공신이었다는 뜻이다. 이에 현재 한국 화학 산업은 세계 7위 규모, 국내 제조업 가운데 생산규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화학 산업은 최근 과학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화학업계에는 이미 미래 50년을 이끌어나갈 준비가 한창이다. 신소재 개발에서부터 비석유화학 기술,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분야 등 전무후무한 혁신이 한창이다.
분야별로 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분야는 정보기술 분야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전자통신 제품 대부분에 정보전자 소재가 사용되며 이는 화학업체의 소재개발에 연관된다. 보다 나은 성능과 안정성, 가격경쟁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열쇠도 화학업체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새로운 전자제품 개발은 전기전자 분야뿐만 아니라 화학에서도 큰 기회가 되고 있다. 반도체 소자의 설계는 전자공학에서 담당하지만 소자의 제조공정은 주로 화학공학에 의해 이뤄진다. 화학업체들은 반도체 집적회로, 디스플레이, 광케이블, 광전자 소재 등 정보통신기술의 성장을 받쳐줄 수 있는 소재를 개발 중이다.
아울러 바이오분야에도 화학 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농업분야 종자 개량과 비료 개발 등을 포함해 제약, 진단, 치료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고분자화합물이 주를 이루는 인공장기 개발에도 화학 부문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인공장기는 생체조직과 오랜 시간 접촉하기 때문에 인체 면역거부반응 없이 반영구적으로 그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는 소재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석유자원 고갈에 따른 청정에너지 생산과 대체원료에서 화학 기초원료의 제조, 비석유자원에서 합성석유의 제조 등 석유를 대체하는 기술이나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친환경 화학기술 등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미 석유를 재생가능한 사탕수수나 옥수수, 오일 등 천연물질로 대체해 화학제품이나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에 화학기업들도 기존 화학 산업 외에도 새로운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LG화학은 자동차용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호남석유화학도 대용량 2차전지 사업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SKC는 LED조명사업과 태양광 소재 사업을 진행중이며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고무사업외에 건축자재 분야로 눈을 돌려 창호사업에 뛰어들었다. 웅진케미칼도 최근 인테리어 브랜드를 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OCI는 폴리실리콘 생산에 이어 해외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출했으며, 한화케미칼도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태양광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초 사료사업부문을 정리한 삼양사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과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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