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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옥외표시제 시범운영' 횟집·미용실 '반대'...고깃집 '환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7초

"공산품과는 달라 실효성 없다"..."가격 경쟁력 있어 상관없다"

[르포]'옥외표시제 시범운영' 횟집·미용실 '반대'...고깃집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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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전복, 산낙지 등을 산지에서 매일 공수해 판매하는 재료에 대해 가격을 표시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돼 문밖에 가격을 표시하라고 하지만 시가를 반영해야 하니 매일 가격표를 바꿔야 한다. "-횟집 주인 김모씨(51·남).


"인근에 가게보다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하다. 우리는 예전부터 외부에 가격을 표시해왔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도 아닌가"-삼겹살가게 주인 박모씨(36·여).

내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옥외가격표시제'를 앞두고 시범운영중인 지역에서도 상점주간 의견이 엇갈리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20일 찾은 서울 송파구 신천역 방이맛골 주변은 377개 상점 가운데 198개가 옥외가격표시제 시범 운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비교적 높은 참여율이나 이 제도에 대한 상점들의 입장은 천차만별이다. 횟집이나 미용실 등은 옥외가격표시제에 반대했고, 해장국ㆍ설렁탕 등 고깃집들은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신천 골목에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는 11곳의 미용실 중 구청의 규격으로 만든 가격표를 문밖에 걸어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미용실 지나펌 관계자는 "미용이라는 게 기술이라서 공산품과는 다르다"며 "각자 취향에 맞는 스타일이 있어서 단골손님 위주로 운영돼 아마 가격표가 문밖에 있어도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맞은 편 이노헤어 관계자도 이 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용실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주부 윤지현(58ㆍ여)씨는 "통신비와 미용비가 가계지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만약 외부에 가격이 명시돼 있다면 번거롭게 가격을 묻거나 하는 일 없이 마음 편히 미용실을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점은 옥외가격표시제 시행을 꺼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정해진 규격대로 만들어 진 가격표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삼겹살집 와인에 빠진 저팔계 관계자는 "우리 가게는 가격 경쟁력이 있어서 가격을 외부에 공개하는데 민감하지 않다"며 "삼겹살이 다른 곳에 비해 싸고, 반찬도 12가지나 제공한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은 석림정육식당 관계자도 "우리 가계는 이미 외부에서도 볼 수 있도록 메뉴판을 걸어두고 있다"며 저렴한 메뉴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곳에서 회사 동료들과 점심식사로 우거지해장국을 먹고 나오는 정영환(59)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점심값도 민감한 문제인데 가게 밖에 가격이 표시된다면 폼 잡고 들어갔다가 비싼 가격에 민망하게 나올 일이 없어 좋을 것 같다"며 "옥외가격표시제가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훈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물가구조팀 팀장은 "옥외가격표시제는 소비자 단체의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시장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다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지금은 어디까지나 시범 단계이기 때문에 상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보완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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