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시대를 아우르는 사조(思潮)는 올 때 천천히 오지만 갈 때도 천천히 간다. 그 사조가 당대로부터 넓은 공감대를 얻은 후 이를 동력으로 삼아 일정한 방향으로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갈 때 우리는 이것을 ‘시대정신’이라고 한다. 시대정신은 헤겔의 변증법에 의해 다시금 새로운 세상을 열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은 칼로 무 자르듯 순식간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 시나브로 이뤄진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으로 대표된 신자유주의 물결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재정 위기를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각국 국민들의 의구심과 불신으로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원조인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에서 목도하듯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다. 유로존 각국의 잇따른 정권교체나 일본 정치의 혼미 등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과 정부의 각종 민영화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1980년대 이후의 경제와 금융 분야도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아 더욱 정교하고 계량화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현대의 금융상품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드러났듯 실물경제와 일정한 스프레드를 갖는 추상적인 형태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파생상품이라고 불리는 이 금융상품의 실패가 바로 글로벌 금융 위기의 단초였음은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며 그 영향은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근심거리다.
현대 금융환경과 상품의 복잡성과 추상성은 안타깝게도 투자자들에게 과거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요구한다. 과거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인 은행적금의 경우, 그저 이율만 따져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인 펀드는 자체의 운용수익률과 더불어 주식 및 채권시장의 동향과 추세까지도 염두에 둬야 하고 환율과 거시적 경제지표도 살펴봐야 한다. 은행 창구에서 직원들이 권해주는 대로 덜컥 가입하는 상품이 아니라 적어도 전문가들의 꼼꼼한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선택해야 하는 상품인 것이다.
따라서 재테크와 투자에 나서고자 한다면 반드시 금리나 환율 등 기초적인 경제지식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지식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하게 설계된 금융상품일지라도 투자하기가 어렵고, 설령 투자한다 해도 뜬소문에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지식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쓴 경제원론을 골라 스스로 흥미로운 분야부터 읽어나가며 기초적인 개념과 용어를 정리하는 것이다. 폼 잡느라 두텁고 어려운 책을 고를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장 쉬운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신문을 정독하며 현실경제의 흐름 속에서 경제원론에서 익힌 그 개념을 접목시켜야 한다.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이 과정에서 ‘꾸준한 노력’은 필수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급변하는 세상일수록 출중한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김헌률 | HMC투자증권 서초지점 부장
HMC투자증권 서초지점 김헌률 부장은 우량주 위주의 견고한 투자전략과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품으로 고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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