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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공습에 투항한 입맛···비탈에 선 한국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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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자 경제학 ⑦ 차의 경제학 | 1400년을 이어온 茶문화 안타까운 쇠락의 길

커피의 공습에 투항한 입맛···비탈에 선 한국 녹차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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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출근길, 가방을 어깨에 메고 아직 지난 밤의 피곤이 다 가시지 않은 얼굴의 김도영 과장(35)은 회사 앞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평소에는 2500원을 받지만 출근시간인 오전 10시까지는 500원이 할인된 2000원이어서 한결 느긋한 마음이 든다. 김 과장의 고향은 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 고향에 살아계신 작은 아버지는 아직도 차 농사를 짓는다. 김 과장은 집에서는 녹차를 즐기지만 밖에만 나오면 커피를 주로 마신다. 고향 친지들을 생각하면 가끔 죄스러울 때도 있지만 도시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커피는 그의 일상생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이 모이면 인사처럼 따라오는 말이 “차 한 잔 하실래요?”라는 물음이다. 그 다음이 차의 종류를 묻지만 대부분 커피가 우위를 차지한다. 그래도 커피와 녹차 중 선택을 할 수 있는 곳이면 다행이지만 보통 커피의 여러 종류 중 한 가지를 묻는 말로 변하고 만다. 이렇게 2012년 차 문화는 온통 커피 일색이다. 녹차는 물론 우리 고유의 전통차가 ‘악마의 열매’라는 커피에 의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차(茶) 시장의 대표 상품이던 녹차(綠茶)의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최근 커피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메밀차·마테차 등 건강기능 차 수요까지 증가하면서 녹차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4년 1667억원 규모였던 녹차시장은 지난해 663억원으로 7년 만에 절반 미만으로 추락했다. 전체 차 시장에서 90%(2004년)를 차지하던 녹차의 비중도 작년에는 51%로 확 줄었다.

이런 녹차의 고전은 대형마트에서 기능성 차에 매출이 역전당하는 이상현상까지 낳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1~4월 차 매출 중 메밀차·옥수수수염차·마테차·화차 등 기능성 차의 매출이 녹차 매출보다 19.2%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녹차 매출의 16%에 불과했던 기능성 차의 판매가 녹차를 딛고 일어선 것이다.

3조원 커피시장의 10분의1 수준으로 위축

반면, 커피의 소비량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지난해 3월 관세청이 낸 ‘커피 교역으로 본 우리나라 커피시장’을 보면 한국은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11만7000t의 커피를 수입했다. 1잔을 10g으로 환산하면 117억잔, 2010년 통계청 20세 이상 성인 인구 3756만여명으로 환산하면 1인당 연간 312잔을 마신 셈이다.


커피 시장 규모는 약 3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녹차시장은 커피시장의 10분의 1 규모인 2000억~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닐슨컴퍼니코리아는 2010년 현재 국내 커피시장이 커피믹스 1조2000억원, 커피음료 6800억원, 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커피전문점의 시장 규모를 8300억원으로 추산했다. 모두 합하면 2조7000억원으로 3조원 시장이 코앞이다. 이와 비교할 때 차(茶)시장은 커피의 10분의 1 수준인 2000억~3000억 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의 차 역사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차는 7세기 전반인 신라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차가 성행한 것은 828년(흥덕왕 3) 대렴(大廉)이 당나라에서 차 종자를 가져다 왕명으로 지리산에 심은 이후의 일이다.
이때부터 지리산을 중심으로 하는 영남과 호남 지방이 우리나라 차의 본고장이 됐다. 이 지방의 기후 및 입지조건이 차나무 재배에 적합한 때문이기도 했다. 현재에도 차의 주산지가 전라남도 보성군, 경상남도 하동군, 전라남도 구례군, 제주특별자치도인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일부 승려 및 화랑도들이 차를 마셨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왕실·귀족·사원 등에서 차가 유행했다. 차는 주과(酒果)와 더불어 고려 궁중의 주요한 음식물 가운데 하나였는데, 궁중에서는 연등회·팔관회 등의 국가적인 대제전이나 왕자·왕비 등의 책봉의식에 진다의식(進茶儀式)이 행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와 인연이 깊던 차를 마시는 문화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불교와 더불어 쇠퇴했다고 한다. 조선 전기에는 고려 때만큼 차 문화가 성행하지는 않았지만 왕실에서는 차례(茶禮)가 행해졌고, 사원을 중심으로 다도의 전통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임진왜란을 전후한 16세기경에는 차를 마시는 문화가 쇠퇴하고 차에 대한 이해가 적어져 궁중에서까지도 차를 제대로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차 문화는 사원을 중심으로 그 명맥이 이어지다가 19세기에 이르러 대흥사의 혜장·초의·범해 등의 다승(茶僧)과 정약용·신위·김정희·홍현주·이상적 등 차를 즐기는 문인들에 의해 그 전통이 이어졌다. 이후 일제 강점기의 일본 차 문화가 접목되면서 고등여학교와 여자전문학교에서 다도가 교육되어지기도 했다.


“건강에 도움주는 녹차를 국민음료로 만들자”
최근 녹차생산 농가 및 학계를 중심으로 차를 국가적인 음료로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녹차의 효능이 커피와 비교할 때 건강적인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얘기다. 차의 약리적 기능성은 카테킨류를 비롯해 카페인 등의 알칼로이드류, 데아닌 등의 유리아미노산류, 비타민류와 각종 무기성분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그 기능이 광범위하다.


녹차에 많이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비만예방, 항산화성, 항돌연변이, 항암,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혈압상승억제, 혈소판응집 억제, 항균, 항바이러스, 충치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데아닌은 카페인 작용을 억제하며, 긴장 완화에도 효과적이며, 혈당 상승 억제와 항산화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동녹차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 논문에서 차 관련 논문은 지난 2008년 593건에서 2010년 653건으로 늘었다. 2010년 주요 연구 현황은 암 예방작용 34%, 질병 예방과 개선 26%, 심장병 예방 및 개선 11%, 항산화효과 8%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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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도 나름대로의 효능이 있기는 하다. 커피에는 항산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들어 있으며, 각성 효과, 이뇨작용과 치매예방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카페인 중독과 골다공증 유발 등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차가 이렇게 우리 몸에 좋은 기능을 하는데도 소비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효은 매암차문화박물관 학예실장은 “커피 소비의 확대가 주요 원인”이라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명브랜드 커피전문점 확산과 소규모 창업·개인소비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커피 소비 증가는 단순 소비증가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커피시장 확대를 위한 대기업 홍보 등으로 국내 차 시장의 입지를 줄이는 악영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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